카드정보 등 사생활 침해 없다…新코로나 추적 시스템 개발

입력 2020-06-10 11:28
KAIST 관계자들이 지난 4일 KAIST 김병호·김삼열 IT 융합빌딩 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방지시스템' 데모 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신용카드 사용내역 공개 등 사생활 침해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산학부 지능형서비스통합연구실 한동수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 블랙박스’ 기술 기반의 코로나19 감염병 확산방지시스템(앱&웹)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와 무선랜, 블루투스, 기압계, 관성 센서(3축 가속기, 자이로스코프)에 수신되는 주변 신호를 수집·저장하는 ‘스마트폰 블랙박스’ 기술을 활용한다.

확진자의 동선은 블랙박스에 기록되는 신호정보로 확인할 수 있다. 역학조사관의 문진을 통해서 확인되던 확진자 동선이 특정 지역·건물에서 수신된 신호를 바탕으로 기록되기에 보다 세밀한 파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문자메시지·카드사용 내역이 아닌 블랙박스에 기록된 신호정보로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확진자가 방문한 업소의 상호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

수집된 신호는 2주가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일반 사용자들은 지자체 홈페이지·재난안전문자 등으로 확진자 동선을 일일이 확인해야만 했던 번거로움이 없어질 전망이다. 앱에 있는 버튼만 누르면 확진자와 자신의 동선이 겹쳤는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 시스템에는 특히 한 교수 연구팀이 10여년 간 개발한 실내·외 통합 위치 인식 시스템 ‘KAILOS(KAIST Locating System)’의 기능도 적용됐다.

KAILOS는 GPS·무선랜·기압계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위치를 추정하는 실내·외 통합 위치인식 시스템이다. 건물 내부에서도 확진자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이 기술을 활용한 ‘격리자 관리 시스템’은 전송받은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 자가격리자의 격리공간 이탈 여부 확인에 사용할 수 있다. 무선랜 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내에서의 격리공간 이탈 여부를 보다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동수 교수는 “각각의 스마트폰에 탑재된 센서의 종류가 다양해서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중”이라며 “작업을 마치는 대로 곧 시스템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생하는 의료진 등 방역 분야 종사자들의 수고와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무엇보다 사생활 침해 논란 없이 신속하고 정확한 역학조사가 가능하다. K-방역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과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