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장군 동상 치우자” 美 전역 휩쓰는 노예제 청산운동

입력 2020-06-10 11:21
페인트를 뒤집어 쓴 버지니아주 로버트 리 장군 동상. 리 장군은 1861~1865년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지지한 남부연합군을 지휘했다. AFP 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추모시위가 인종차별반대를 넘어 과거청산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노예제도를 지지했던 19세기 남부연합의 기념물을 철거하자는 운동이 불붙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미국 흑인 정치인단(블랙코커스)은 다음날인 11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있는 남부연합 상징물을 철거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랙코커스 의장 바바라 리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백인우월주의와 노예제도를 찬양하는 남부연합의 기념물들이 아직도 공공장소에 전시돼 있다. 미국 50개주의 시민 수백만명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행진하는데도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이 조각상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가려보자”라며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국회의사당에 전시돼선 안되는 혐오스러운 상징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 국회의사당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35명의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이 중 남부연합 것은 3개로 남북전쟁(1861-1865) 당시 미 남부연합의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와 부통령 알렉산더 스티븐스 동상,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지휘했던 로버트 리 총사령관 동상이다. 이들 동상은 각각 미시시피, 조지아, 버지니아 주에서 기증했다.

미 국회에 설치된 남부연합의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드 동상. ABC뉴스 캡처

미 국회에 설치된 로버트 리 남부연합 총사령관 동상. ABC뉴스 캡처

미국 법제상 동상들을 철거하려면 이를 기증한 주 의회에서 표결을 거쳐 워싱턴에 철거를 요청해야 한다. 리 의장의 입법안이 통과한다면 120일 내에 의사당에서 모든 남부연합 동상이 철거되며, 해당 동상들은 처음 기증한 주 정부 혹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기증된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인 베니 톰슨 의원은 “인종차별과 역사의 퇴보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미화시킬 것인가”라며 차별없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도록 정치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켄터키 주 루이스빌에 100여년 동안 세워져 있던 남군 장교 존 B. 캐슬먼의 동상이 8일(현지시간) 기단에서 철거돼 트레일러로 옮겨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인종차별 상징물 철거 운동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주 의회 의사당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시위가 있었고, 랄프 노섬 주지사는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잭슨빌 도심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비를 해체했다. 켄터키주 루이빌시는 남부연합군 출신 장군이자 유명 사업가인 존 브레켄리지 캐슬먼의 동상을 철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남부연합 동상과 기념비를 철거하라는 요구에 반대하며 “바보 같은 시도”라고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2017년 노예제 상징물 철거 요구에 대해서 "바보같은 시도"(So foolish!)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위대한 역사와 문화가 훼손될 것"이라면서 "역사는 바꿀 수 없다, 다만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라고 동상을 존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트위터 캡처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