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고 어이없다” 의료진 응원 드론쇼 뭇매 맞는 대구시

입력 2020-06-10 10:51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 의료진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드론 쇼를 기획했지만 8일 결정을 보류했다. 의료진 수당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 낭비라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10일 JTBC에 따르면 대구시는 한국관광공사와 달서구 놀이공원 이월드에서 오는 23일 드론 공연 쇼를 열기로 했다. 의료진 500명을 초대해 드론 300대로 공연을 펼치고 3만~4만원 상당의 놀이공원 이용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시는 지난 5일 대구지역 코로나19 거점 병원 등에 행사 참여 명단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지급할 수당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구지역 병원 노조는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파견 간호사들과 달리 코로나 수당을 따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 지역 간호사들도 대구시의 대규모 행사 추진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간호사는 인터뷰에서 “저희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자고 하는데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 간호사는 “황당하고 어이없다. 위험수당 안 챙겨주냐고 항의했을 때는 아무 대답도 없었으면서 드론 쇼 개최할 테니 500명 오라고 하더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교대 근무를 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일자 대구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서로 엇갈린 해명을 내놓았다.

대구시는 “관광공사가 행사 참석자 명단을 파악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관광공사는 “당초 드론 쇼는 기획했지만, 500명을 초청하는 대규모 행사를 기획한 건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위험수당 등 코로나 수당을 받지 못한 대구지역 10개 병원 간호사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공무원 등 3800여명이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25억원을 부정수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공사·공단 직원 및 시 출자기관에 종사하는 직원 등이 긴급생계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