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n차 집단감염’ 비상… 수도권 동시다발 확산

입력 2020-06-10 09:50 수정 2020-06-10 10:40
사진=뉴시스

수도권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n차 감염’을 넘어선 ‘n차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산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여러 곳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방역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서 순수 지역사회 감염으로 발생한 확진자 수는 전날 0시 기준 303명이다. 타지역 포함 전체 지역사회 감염자 313명 대비 9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최근에는 수백, 수천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는 대규모 집단감염 대신 소규모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추세다. 클럽, 물류센터, 교회, 탁구장, 방문판매업체, 동포 쉼터, 어르신보호센터 등 시설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n차 집단감염’이 퍼지고 있다.

관악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집단감염은 전날까지 68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여기에는 구로구 중국동포교회 쉼터 확진자 8명이 포함됐다. 쉼터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이 리치웨이를 방문했다가 감염된 뒤 연쇄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리치웨이발 코로나19는 별도의 경로를 타고 경기 성남의 또 다른 방문판매업체 ‘엔비에스 파트너스’로도 퍼졌다. 이 업체에서는 전날까지 최소 6명이 확진됐는데 이들 중 일부가 리치웨이를 방문한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천구 탁구장발 집단감염 역시 탁구장 회원이 방문한 경기 용인시 큰나무교회로 처음 전파됐고, 이어 이 교회 신도가 속한 광명어르신보호센터로 연쇄 감염이 발생했다. 이밖에 보험대리점과 콜센터 등에서도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기존 집단감염 사례에서도 확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277명, 경기 부천 소재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139명, 수도권 개척교회 관련 확진자는 88명을 기록했다.

감염 고리가 많아질수록 확진자를 추적, 관리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방역 수위를 높여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상당수 기업활동이나 영업활동을 위축시켜야 한다”며 “이는 달리 말하면 일반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서민층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긍정적인 효과만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부정적 효과를 동반해 사회적 비용들을 치러야 한다”며 “방역체계 전환은 상당히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생활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를 유지하되 앞으로 일주일간의 상황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악화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부천 쿠팡물류센터발 집단감염을 계기로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수도권 공공시설 운영 중단, 유흥주점·학원·PC방 등 고위험시설 운영 자제, 대외 활동 자제 등을 권고한 상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