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주식이 비례성이 없는 순간이 있다.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할 때이다. 돈은 많아지는데 설비 투자나 고용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몇십조씩 푼다는데 우리네 가정 살림살이가 여전히 팍팍한 이유다. 그럴 때면 주식 시장 누군가와 정책 관계자는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집 없고 주식 안하는 서민들의 현금 가치, 월급 가치가 정부의 선심성 정책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증시가 한국 시간으로 11일 새벽 3시 열릴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Fed는 한국은행처럼 미국 내 유동성을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증시 호가를 더욱 올릴 수도 있고 혹은 버블을 거둘 수도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10일 하루만큼은 FOMC 하루 전 ‘관망세’의 시간이라고 해석하면 쉽다. 관망을 한다는 것은 안전성 자산을 늘린다는 것이다. 달러 수요가 늘고 주식은 혼조세를 이룬다. FOMC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하는 모양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이날 오전 9시10분쯤 원 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45원 오른 1999.15원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증시도 FOMC 발표 전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주요 지수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코스피는 하락 출발하며 소폭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11일 열릴 장은 11일 새벽 FOMC의 결과 발표와 이에 따른 미국 증시의 추이를 지켜보면 된다. FOMC가 향후 경기 전망에서 부정적 입장을 내놓을 수록, 소극적 행보를 보일수록 시장에는 ‘초록불’이 들어오는 셈이다. 현재 주식 시장의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경기 호조가 아니라 정부의 유동성 확대인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예로 2013년 발생했던 ‘테이퍼링텐드럼’을 생각해 봐야 한다. 경기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정부가 유동성을 거둘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며 주식이 폭락한 것이다. 때문에 향후 FOMC 발표에서 “고용 개선은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경기 전망을 내놓는 게 현 투자자에게만큼은 이상적이다.
덧붙여 FOMC가 시장에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무기는 크게 네 가지다.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 금리 수준 결정, 장기 금리 목표치를 두고 채권을 매매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 등이다. 간단히 모두 금리. 즉 유동성과 관련있는 정책들이다.
현재 제로 수준인 금리를 향후 올리겠다는 제시가 나오면 시장에선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주식 시장에는 부정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Fed가 금리에 영향력을 가하지 않는 소극적 조치를 바라고 있다. 이에 중점을 두고 새벽 상황을 지켜봐야할 듯 하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