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 앞두고 북한 도발 막기 위한 경고 메시지
김여정 ‘거친 말’ 제동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
“미국, 한국도 분명한 입장 취해달라는 주문” 주장도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며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다.
북한에 대해 공격적인 메시지를 자제하면서 인내를 보이던 스탠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이라는 돌발 악재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쓰레기들의 죗값” 등의 표현을 쓰며 연일 도발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편을 들면서도, 북한이 최근 들어 과격한 표현을 쓰면서 신경전을 펼치는 데 대해 한국 정부가 미온적인 대처에서 벗어나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해주기를 주문하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미국은 항상 남북관계의 진전을 지지해왔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최근 조치들(recent actions)에 대해 실망했다(disappointed)”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북한과의 문제에서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 채널을 차단한 것은 엄밀히 말해 남북 문제지, 북·미 간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가 북한의 ‘최근 조치들’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힌 대목을 유심히 봐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순히 북한의 남북 채널 차단만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신경전이 위험 수위에 올랐다고 판단해 경고음을 발신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북한의 대남업무 총괄을 맡은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 등과 관련해 과격한 발언으로 연일 공세를 취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남북 통신 채널 차단을 통해 미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전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북·미 대화도 마음만 먹으면 완전히 끊어버릴 수 있다는 위협구를 미국에 던졌다는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대선 악재로 떠오르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북·미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났는데, 북한이 도발한다면 민주당은 이를 약점 삼아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실망’이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에 신경전 중단과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