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입원할 때부터 37.8도 이상 고열, 낮은 산소 포화도, 심장 손상 등 4가지 요인을 갖고 있을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4가지 요인 중 3가지 이상을 동반한 환자는 100% 중증으로 진행했다.
대구 영남대병원 지역 호흡기질환센터 안준홍(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장종걸)은 지난 2월 19~4월 15일 이 병원에 입원한 18세 이상 코로나19 환자 110명을 분석한 이 같은 결과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
해외가 아닌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진행을 가늠할 예측 요인을 확인한 건 처음이다.
연구팀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보이거나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사망한 경우 등을 중증 환자로 보고 결과를 도출했다. 110명 가운데 중증으로 분류된 환자는 23명이었다.
분석 결과 입원 시 환자가 당뇨병 보유, 체온 37.8도 이상, 산소 포화도 92% 미만, 심장 근육의 염증을 나타내는 바이오 마커(생체 표지자) ‘CK-MB’ 수치가 6.3 보다 높은 경우 등 총 4가지가 코로나19를 중증으로 몰아가는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의 48.3%는 중증으로 진행하는 데 비해 당뇨가 없는 환자는 11.1%만 중증으로 악화했다. 병원 방문 때 체온이 37.8도 이상인 환자는 41.0%가 중증으로 발전했다. 반면 37.8도 미만인 환자의 중증 진행 비율은 9.9%에 그쳤다.
산소 포화도가 기준치(92%) 미만인 환자의 58.6%가 중증으로 진행해 기준치 이상(7.4%) 보다 높았다. 또 CK-MB가 기준치(6.3)보다 높은 환자의 85.7%가 중증으로 진행한 반면 기준치 미만인 경우엔 31.6%였다.
네 가지 요인 중 하나만 있으면 13%, 두 가지가 있으면 60% 확률로 중증으로 나빠졌다. 세 가지 이상 동반한 환자는 100% 중증으로 직행했다.
코로나 19 환자의 81%는 경증이고 14%가 중증, 5%는 위중한 상황이다. 위중 환자의 치명률은 약 50%에 달한다.
안준홍 교수는 10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위험 요인을 활용하면 코로나19 환자의 내원 초기부터 중증으로 악화할 만한 환자를 가려내 더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위험 요인을 가진 환자를 평가하고 적절한 의료적 처치를 해주는 게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일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만 대상으로 이뤄진 후향적 연구여서 그 결과가 모든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일반화할 순 없으며 항바이러스제나 스테로이드제 사용 등 변수가 반영되지 않은 제한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