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 미국 대선 이전 주한미군 감축할 수도”…미국 전문가들도 ‘감축 반대’

입력 2020-06-10 07:27 수정 2020-06-10 08:37
미국 싱크탱크 한반도 전문가 3명, 이메일 인터뷰
트럼프, 대선용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 활용 ‘우려’
“해외주둔 미군으로 돈 벌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
“한·미 관계 악화 막기 위해 방위비 더 내야” 현실론도
결정권은 트럼프 손에…한국, 대비책 마련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7일 경기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한·미 양국 군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 전에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대선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 내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싱크탱크 한반도 전문가들을 비롯한 미국 내의 이 같은 여론이 트럼프 행정부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인상분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미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선 한국이 잠정 합의분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할 것이라는 현실론이 엇갈렸다.

미국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방위비 인상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에 대해 대책 마련을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9500명 감축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한·미가 한국이 전년도에 비해 주한미군 분담금을 13% 인상하기로 잠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직접 거부하면서 한·미 방위비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일보는 9일(현지시간)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명과 긴급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등 해외 주둔 미군, 미국 안보 이익에도 도움”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전문가들도 동맹에 대해 거래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에 대해 과도한 인상 압력을 중단하고, 적정 규모의 인상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소속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의 한반도 분석관 출신인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한국 편을 들며 강도 높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미국 외교안보 정책은 근시안적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 미국 외교안보 전략과도 배치된다”면서 “해외 주둔 미군을 가지고 이익을 남기려는 것은 군복을 입은 용감한 미국의 아들·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미국은 유럽 주둔 미군을 늘리거나 현재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미국 의회는 유럽에서 미국을 빼내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 유럽·아시아 등 해외 주둔 미군이 단지 동맹국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십 년 동안 동맹국과 해외 주둔 미군을 폄하해왔다”면서 “그는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한국이 주둔 비용의 100%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모든 것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결국은 트럼프 손에 달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주한미군 감축 우려에 관련해 “모든 것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우스 국장은 이어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향후 한·미 관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주한미군이 감축되느냐, 안 되는냐’는 것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가우스 국장은 이어 “나는 한국이 이미 매우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가우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변수로 들었다. 가우스 국장은 “한·미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한국 정부는 지금 제안한 것도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미국이 계속 한국 등 동맹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트럼프, ‘아들(해외주둔 미군)을 집으로’ 대선 슬로건 내걸수도”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주독미군 9500명을 감축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이 실시될 11월 이전에 한국에서 완전 철수는 아니지만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면서 동맹국들에게 불평등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군인)을 집으로’라는 대선 슬로건을 외치며 해외 주둔 미군을 미국으로 되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이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1년 단위로 맺어지는 엄청난 실수”라며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1년 단위로 방위비 협상을 하다 보니, 협상이 끝도 없이 길어지고, 한·미 양측의 불만과 긴장이 고조된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효력 기간을 5년 기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모든 남북 연락 채널을 끊는 것은 한반도에 안보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미가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