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없애야 가족…” 계부가 창녕 소녀 손가락 지진 이유

입력 2020-06-10 07:15 수정 2020-06-10 09:22
SBS 뉴스 화면 캡처

최근 경남 창녕에서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친 9세 소녀에게 도움을 준 시민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아이에게 전해 들은 잔혹했던 학대 정황을 전했다. 소녀는 의붓아버지가 자신의 손을 후라이팬에 지진 이유에 대해 “가족이 되려면 지문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SBS는 지난달 29일 오후 5시쯤 경남 창녕군 빌라 앞에서 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친 A양(9)을 구조한 시민 송모씨와의 인터뷰를 9일 공개했다. 송씨는 아버지를 만나러 차를 몰고 가던 중 얼굴이 퉁퉁 붓고 맨발로 걷던 여자아이를 봤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송씨는 “(아이가 처음엔)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괜찮아요, 했다. 근데 왜 신발을 안 신었냐고 하니까 그때 대답을 자연스럽게 못하더라”고 말했다. 차에서 내려 아이의 몸에 난 상처와 멍투성이를 본 송씨는 또래의 자녀를 가진 엄마로서 그냥 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차에 태워 근처 편의점에 데려가 도시락과 과자를 사 먹였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하루에 한 끼 겨우 먹고, 애도 진짜 말랐다. ‘밥이 너무 먹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후 소독약 등을 구입해 상처 부위를 치료해주자 아이는 마음을 열고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파이프로 맞고 쇠사슬에 묶이는 등 고문 수준의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 머리를 담가 숨쉬기 힘들어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송씨는 전했다.

송씨가 A양에게 들은 의붓아버지가 자신의 손가락을 프라이팬에 지진 이유는 의붓아버지의 경찰 진술과 달랐다. 의붓아버지 B씨(35)는 경찰 조사에서 “말을 안 듣고 거짓말을 해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송씨는 “아버지가 왜 지졌어라고 물어봤더니 가족이 될 기회를 주겠다, 그래서 지문을 없애라는…”말을 했다며 “말이 되냐?”고 분노했다.

“한 번 심하게 맞은 게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심하게 맞은 상처였다”고 한 송씨는 “옷 위로 곪은 그런 자국들이 올라와 있고 팔이 단단했다. 심하게 맞으면 이렇게 단단하게 붓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어른으로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아무리 부모지만 아이가 잘못했다고 그러는 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떤 상황이라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씨는 아이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 곁을 지켰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A양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의붓아버지인 B씨와 친모인 C씨(27)에 의해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지난달 29일 구조된 A양은 발견 당시 눈이 멍들고 손가락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일부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A양의 가족은 올해 1월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 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아 주변에서 학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계부는 딸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때렸다고 진술하고 일부 혐의는 시인했다”며 “친모는 조현병 환자인데 지난해부터 치룔르 받지 않아 증세가 심해져 함께 딸을 학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부와 친모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