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응원해주세요. 우승으로 보답할 테니”

입력 2020-06-10 00:50 수정 2020-06-10 00:51

“믿고 응원해주세요. 저희는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DRX ‘데프트’ 김혁규가 서머 시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겠다고 자신했다.

DRX는 9일 서울 종로구 LoL 파크에서 진행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프로필 사진 촬영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 종료 직후 인근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혁규는 “현재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라면서 팀이 우승까지도 노릴 만한 전력이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김혁규와 진행한 짧은 인터뷰 전문.

-2020 MSC를 소화한 뒤로 어떻게 지냈나
“대회에서 탈락한 당일엔 감독님과 함께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했다. 첫 번째로는 밴픽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두 번째로는 게임 내적인 것으로, 우리가 한타(대규모 교전)에서 실수를 해 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 다음 날 하루 휴식을 취했고, 이후에는 쭉 연습만 하며 지냈다.”

-LCK가 메타 분석에서 밀렸다는 의견도 있었다
“게임 내용을 봤을 땐 밴픽을 떠나 LCK가 이길 만한 경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봤을 땐 LPL 쪽의 조합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양 리그의 성격이 바뀐 느낌이다. 원래는 LPL이 공격적인 픽을, LCK가 눕는 픽을 선호해왔다. 이번에 LCK가 공격적인 픽으로 이기지 못했다 보니 그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2020 MSC 참전을 앞두고 설레서 잠을 못 잤다고 들었다
“국제 대회는 항상 재미있다. 롤드컵이든, 리프트 라이벌즈든…. 이번에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더라.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밴픽을 이렇게 하고, 아니면 저렇게 하고, 그러면 게임이 또 어떻게 흘러가겠구나’같은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약속한 기상 시간이 11시였는데 9시까지 잠을 못 잤다.

일어나서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대회에 임했다. 두 번째 경기까지는 할 만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중간에 식사도 하고 해서 나른해지더라. 그러나 다 사소한 이유다. 결국 실력이 모자라서 진 것이다.”

-그래서 서머 시즌의 방향은 어떻게 잡았나
“‘실력으로 이기자’는 게 우리가 설정한 방향이다. 밴픽으로 큰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고, 난이도가 비슷한 조합으로 맞붙었을 때 이기는 팀이 되려고 한다. 보통 ‘반반만 가면 이기는 밴픽’은 수비 지향적이다. 그런 밴픽으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팀이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스프링 시즌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내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게임과 관련된 것부터 얘기하자면, 밴픽이나 경기 후 피드백 시에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팀에 큰 보탬이 된다는 걸 알았다. 게임 도중에는 다른 팀원이 무너졌을 때도 끝까지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좋겠더라.

-원래 팀에 잘하는 원딜이 있으면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게임 외적으로는
“팀원들이 나한테 장난을 치면 잘 받아주려 한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스크림 같은 데서 실수를 자주 저지를 때가 있다. 그럴 경우 피드백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팀원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그런 걸 조금 풀어주고 싶다.”

-팀 리빌딩 직후부터 ‘롤드컵을 보겠다’고 했는데
“이제 딱 절반인 50% 정도 온 것 같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기량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 각도 그대로 올라간다면 롤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각도가 조금만 완만해져도 위험할 것 같다.”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했던 ‘우지’ 지안 즈하오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사실 나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 선수가 딱 두 명뿐이었다. ‘임프’ 구승빈과 ‘우지’였다. 이젠 둘 다 실전에서 맞붙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더라. ‘우지’와는 같은 팀으로 활동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슬프고 아쉽다. 오랫동안 열심히 한 선수 아닌가. 은퇴 후에는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우지’로부터 배운 점이 있다는 얘긴 처음 듣는데
“음…. 배웠다기보다는 자극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자면, ‘우지’는 라인전이 굉장히 강한 선수였다. 그리고 어떤 팀을 상대하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상대 바텀을 괴롭히면서 차이를 벌리고, 그걸 토대로 게임을 이기는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라인전을 강하게 하고, 저렇게 바텀 쪽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걸 혼자서 많이 고민했다. 그게 실제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인전이 강한 원거리 딜러’ ‘바텀 게임을 잘하는 팀’같이 나를 따라오는 평판이 생겼다. 그는 내게 많은 자극을 준 선수다.”

-오늘은 짧은 인터뷰니 여기서 마치자. 끝으로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와 목표 성적은
“서머 시즌엔 다음 시즌이란 게 없다.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현장에서 뵐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믿고 응원해주시기를. 우리는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요즘 연습 결과가 나쁘지 않은가보다
“개인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랜만이다.”

-그건 의외다. 사실 이미 리그 최고 선임자급 선수 아닌가
“한동안 개인기량이 정체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팀과 관련된 걸 많이 신경 쓰다 보면 개인 기량, 특히 피지컬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하나의 팀으로도 잘하면서, 내 피지컬도 향상되고 있음을 느낀다. 스스로도 만족하고 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