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초등생 학대’ 계부 “나갈거면 손가락 지져라”

입력 2020-06-09 23:27

최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여자 초등학생 학대 사건과 관련해 의붓아버지가 학대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9일 SBS에 따르면 A양의 의붓아버지 B씨는 불에 달군 프라이팬으로 아이 손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해 “(집밖으로) 나간다고 했다. 프라이팬이 달궈져 있어서 ‘나갈 거면 너 손가락 지져라. 너 지문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집을 나가도 지문을 조회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없애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내를 대신해 교육을 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아내가) 3~4년 약을 먹었다. 아내가 울면서 못하면 내가 아이를 체벌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이를 죽일지도 모를 정도로 흥분해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내 딸이 아니라 생각했으면 공부 안 한다거나 그래도 신경 안 썼을 것”이라며 “나도 잘 못 배웠고 아내도 못 배웠는데 아이까지 못 배우면 어떻게 될지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성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학대 행위에 대해 주변 이웃과 교육 당국은 파악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A양이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동안 학교와 이웃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은 작년까지 거제에 살다 올해 1월 가족들과 함께 창녕으로 이사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4월 16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 100% 출석했으나 대면 수업이 아니어서 학교 쪽은 학생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담임 선생이 학습 꾸러미를 전달하러 A양 집을 세 차례 방문했으나 A양의 친모는 그때마다 ‘집에 생후 100일이 갓 지난 아기가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며 집 앞에 두고 가라고 요구해 A양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주변 이웃들도 평소 A양이 외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학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2년 전부터 학대가 발생했다고 언론에 보도됐으나 거제에 거주할 당시에는 학대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당시 A양이 다니던 학교 측에서는 A양이 밝은 모습으로 생활했으며 학대 의심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쪽은 A양이 체육활동도 잘한 학생으로 파악했다"며 "줄넘기를 잘해서 대회에 나가 고학년과 겨뤘을 정도였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이번 학대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이나 학생 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없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현재 감사를 진행 중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