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의연 평화의집 소장 추모행사

입력 2020-06-09 21:33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손 소장의 빈소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의 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검찰과 언론을 비판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 6일 숨을 거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평화의 우리집’ 손모(60‧여) 소장을 기리는 행사가 9일 오후 빈소에서 열렸다. 정의연 활동가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손 소장이 생전 얼마나 헌신적으로 할머니들을 섬겼는지 기억하는 동시에 검찰과 언론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손 소장의 발인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레식장에서는 1시간여 동안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추모행사 직전 고인을 기리기 위해 많은 조문객이 일시에 몰리면서 빈소가 가득 찼다. 유튜브 생중계에는 동시접속자가 200여명 가까이 몰렸다.

참가자들은 2004년부터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돌본 손 소장의 삶이 헌신적이었다고 기억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손 소장을) 이렇게 떠나보내는 현실을 견디기 힘들다. 누구나 할 수 있어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위대한 삶을 살았다”고 표현했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도 손 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손 소장은 자기 자신을 포기한 사람이었다”면서 “할머니들을 돌보는 힘든 일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오히려 할머니들의 인정을 통해 힘을 얻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연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중인 검찰과 언론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검찰의 과잉 수사와 언론의 취재 경쟁에 손 소장이 힘들어 하고 불안해했다”면서 “끝까지 쉼터에 계신 길원옥 할머니의 안위를 우선시하던 소장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흐느꼈다. 한 센터장 역시 “손 소장이 쉼터를 쳐들어오는 검사들과 언론의 소나기를 버틸 거라 생각했는데 미쳐 고통의 깊이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추모행사에서 지난해 소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 손 소장을 언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김 할머니는 손 소장을 두고 “자기 할머니라도 이렇게 못 해준다. 천상 좋은 일 하라고 내려보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발인을 하루 앞둔 이날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어기구 김상희 천준호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도 함께 빈소를 찾았다.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당시 경기도 안성 쉼터를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진 이규민 의원 역시 빈소를 찾았다. 이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떠났다.

황윤태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