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대선 불출마를 전제로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자의 당권 도전에 당내 비판 여론이 커지자 당권과 대권 도전을 놓고 저울질 중이던 김 전 의원이 대권 카드를 버리는 배수진을 감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우원식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우 의원은 “전당대회가 대선의 전초전처럼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될 경우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기자들과 만난 우 의원은 회동 내용을 묻는 질문에 “김 전 의원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면서도 “김 전 의원의 거취를 내가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김 전 의원이 대권 포기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유력하던 민주당의 당권 경쟁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높은 대선주자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 대표 선거에서도 앞서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대선에 나가려면 7개월 뒤 대표직을 사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7개월짜리 당 대표는 안 된다’며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견제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홍영표 의원과 우 의원은 ‘관리형 당권 주자’를 표방하면서 대선주자의 전당대회 출마를 견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이 임기 완주를 선언해 이 위원장과 차별화를 이루면, 7개월짜리 당대표에 거부감을 가진 당내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의원 측은 오후 늦게 “김 전 의원은 계속 고심 중이고 출마선언하면 그때 소상히 밝히겠다”며 대권 포기를 둘러싼 확대해석을 서둘러 차단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일 뿐 대선 불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