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사업자에게 주기로 한 지원금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 위탁 방식을 채택했는데 해당 민간업체가 실체 없는 법인일뿐더러 하청에 재하청까지 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말실수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도쿄신문·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탓에 매출이 급감한 중소사업자 등에 ‘지속화 급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최대 200만엔(약 2200만원)을 지원한다. 경제산업성은 1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됐던 지속화 급부금 769억엔(8500억원)지급을 서비스디자인추진협의회(이하 협의회)라는 사단법인에 위탁했고, 협의회에는 20억엔(약 220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문제는 이 단체가 2016년 설립된 뒤 법률상 결산 공고를 한번도 하지 않은 실체 없는 법인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협의회는 직접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하청사에 대부분의 업무를 위탁했다. 하청을 받은 업체는 다름 아닌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인 덴쓰였다.
749억엔 배분을 재위탁 받은 덴쓰는 다시 한번 자회사와 인재 파견 업체인 파소나 등에 하청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수수료 자체도 거액인 데다 하청에 재하청 구조로 단계마다 수수료가 나간 것이다. 세금이 낭비됐다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경산성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협의회에 수수료를 추가로 주면서 2차 추경에 포함된 850억엔 지원금 지급을 재차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정부가 직접 지급하면 되는 지원금을 굳이 위탁하는 방식으로 나눠줘 비효율과 낭비를 자초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간 위탁이 논란이 되는 사업은 또 있다. 경산성은 최근 관광·음식업을 지원하는 ‘고 투(Go To) 캠페인 사업’도 민간에 맡기며 수수료 상한을 3095억엔(약 3조4400억원)으로 책정했다. 총사업비 1조7000억엔(약 19조원) 가운데 수수료만 18%에 달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비판이 들끓자 해당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아베 총리가 실언을 하며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고우 투(Go To) 캠페인’을 언급하며 ‘고우 투’가 아닌 ‘고우 토’로 발음했다.
‘고우 토’는 일본어로 강도를 뜻하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다. 그는 즉시 발음을 정정했지만 스스로도 웃음을 참지 못해 마이크 앞에서 “으흐흐흐”라고 웃어버렸다. 의원석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SNS상에 “아베 총리가 스스로 강도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코미디 같은 지적이 나온 이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