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팬들께 죄송해요. 저에게 기대를 걸고 형들 다음으로 주전할 줄 알고 커주길 바랐을 텐데 생각만큼 안 크고 잔실수를 했죠. 기대에 충족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KIA 타이거즈의 류지혁(26)이 고등학교 때나 입어봤다는 어색한 KIA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그는 지난 7일 잠실 KIA전을 끝으로 KIA 투수 홍건희(28)과 1대 1로 트레이드 됐다. 공·수·주 모두 준수해 두산 내야에서 ‘수퍼 백업’ 역할을 담당했던 그의 이적에 두산 팬들은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팬들보다 정든 두산을 떠나는 류지혁의 마음이 더 아쉬웠을 터다.
‘생각이 많았다’고 입을 뗀 류지혁은 “두산에 정이 많이 들었다. 제가 눈물도 없는 편인데 저를 많이 챙겨준 형들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났다”며 “특히 (박)건우(30) 형과는 껴안고 5분간 울었다”고 트레이드 이후 아쉬웠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두산에서 마지막 경기 전에 느낌이 이상했는데 시합이 다 끝나고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다”며 “전에도 트레이드 얘기는 많았는데 막상 (성사가) 되니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류지혁은 KIA 이적을 또 다른 기회로 삼기로 결심했다. 특히 외국인인 맷 윌리엄스(55) 감독 밑에서 뛰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류지혁은 “KIA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독님도 외국인이고 저에겐 흔치 않은 좋은 기회”라며 “감독님 덕분인지 KIA 분위기가 좋고 프리해 별다른 지장 없이 어우러져 훈련할 수 있었다”고 새로 합류한 소감을 밝혔다. 류지혁이 합류하자 두산에서 함께 뛰었던 이우성(26)과는 바로 룸메이트가 됐고, 다른 선수들도 모두 반겨줬다고 한다.
류지혁의 화두는 ‘백업’을 벗어나 KIA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 류지혁은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 그는 “KIA로 넘어오면서 두산 형들이 주전하는 모습만 보고 싶다고 했다”며 “여기선 주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KIA는 현재 3루수 자리가 고민이다. 때문에 내야 전 포지션을 담당할 수 있는 류지혁의 존재는 KIA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류지혁은 이에 대해 “3루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보다 감독님이 어디를 맡겨도 확실히 해내겠다”며 “백업 말고 주전을 꼭 해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시 한 번 의욕을 보였다.
류지혁은 7일 잠실 KIA전에서 임기영(27)의 투구를 오른쪽 종아리에 맞아 아직 통증이 있는 상태다. 때문에 9일 경기는 하루 쉬고 10일부터 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류지혁은 “몸 상태에 이상은 없고 통증만 가라앉으면 된다”며 “(7일 경기 직후 트레이드가 발표되자)기영이가 끝나고 ‘우리 팀 맞춰서 미안하다’는 연락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류지혁은 올 시즌 20경기에 나와 타율 0.417, 1홈런, 4타점, 10득점으로 활약했다. 다재다능한 포지션 소화 능력과 더불어 좌타자로서 KIA 타선에도 기여할 걸로 보인다. 윌리엄스 감독은 “류지혁은 인필드 전 포지션이 가능해 유격수나 2루수 뿐 아니라 그 외 포지션 선수들에 휴식이 필요할 때 투입해 활용할 것”이라며 “몇 경기밖에 못봐 다 판단하긴 힘들지만 저희를 상대한 경기에서의 모습, 오늘 땅볼 훈련을 보면 아주 괜찮았다”고 흡족해 했다.
KIA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류지혁은, KIA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밝은 얼굴로 마지막 각오를 밝혔다. “KIA 팀 이미지에 맞게 항상 강인하게 전투적으로 달려드는 선수,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그런 류지혁의 얼굴 위로 초여름 따가운 햇살이 비췄다.
수원=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