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20㎞] “팀장님 아니고 라이언입니다” 대학생들 ‘꿈의 직장’ 됐다

입력 2020-06-10 09:38

[청춘20㎞]는 ‘20대’ 시선으로 쓴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요즘 청춘들의 라이프 트렌드를 담아낼 편집숍이죠. 20대의 다양한 관심사를 [청춘20㎞]에서 만나보세요.

너도나도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때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만나면 깊어지는 건 한숨이다. 더욱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청년들은 막막함에 빠졌다.

하지만 이들에게 꿈도 희망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마음속에 미래상을 그리고 있고, 어떻게든 그것을 이뤄보려 분투 중이다.

어떤 청년들은 사원증이 마치 ‘메달’ 같다고 말한다. 경쟁에서 성공적으로 열매를 맺은 자에게 주어지는 성취와 영광. 또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와 책임감. 가능하다면 본인이 바라는 메달을 목에 걸어야 더 좋을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 회사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들 꿈의 직장 알아보니

‘2020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카카오가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고, 지난해 1위였던 네이버는 올해 3위를 기록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2004년부터 17년째 대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매년 대학생들에게 신입 구직자가 입사를 원하는 기업을 조사해온 것이다.

올해는 알바콜과 공동으로 대학생 1045명에게 6월 2일부터 5일까지 설문을 진행했다. 코스닥 상장사 매출액 상위 150곳 중 지주사 및 공기업 31곳을 제외하고, 총 119곳을 설문에 넣었다. 응답자는 이 가운데 ‘일하고 싶은 기업’ 한 곳을 고르고 그 이유도 선택했다.


1위. 카카오

카카오는 총 14.2%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대학생들은 카카오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로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28.1%)’를 가장 많이 들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어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 풍토(13.7%)’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카카오 입사에 관심이 있다는 대학생 신모씨(26)는 “해외 IT 기업의 자유로운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국내에선 카카오가 제일 비슷한 이미지다. 회사에서 직급 대신에 라이언, 대니얼, 라일리 같은 영어 이름을 서로 부른다는 말도 들었다. 사실 입사를 꿈꾸면서 나중에 쓸 영어 이름까지 지어뒀다(웃음). 이런 수평적인 분위기 때문에 카카오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2위. 삼성전자

삼성전자(9.4%)는 2위를 차지해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올랐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4년 첫 조사부터 2013년까지 10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바 있다. 올해 대학생들은 삼성전자를 선호하는 이유로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체계(28.3%)’를 꼽았다.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조모씨(24)는 삼성전자 이름만으로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가장 큰 대기업 중 하나고 연봉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첫 직장이면 삼성전자 자체가 좋은 경력이 될 것 같다. 나중에 뭘 하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다못해 이직을 하더라도(웃음)”라고 밝혔다.


3위. 네이버

지난해 1위였던 네이버는 올해 3위(6.4%)를 기록했다. IT 업종의 대표주자 하나로서 최상위권을 지켰다. 대학생들이 네이버를 선호하는 이유는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23.8%)’이었다.

네이버 취업을 원하는 이모씨(26)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네이버가 한국에서 검색 엔진 점유율 1위 아닌가. 일단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이 들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니까, 회사에서 일하면서 나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사를 진행한 인크루트와 알바콜 측은 기업별 선택 이유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들의 활약상에 따라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변화하는데, 이것이 매년 조사 결과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올해 결과에선 언택트 시대에서 선호되는 기업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며 조사 소감을 밝혔다.


나도 ‘꿈의 직장’ 다닐 수 있을까

조사 결과를 접한 대학생 한모씨(23)는 다가오는 졸업 학기부터 취업 준비를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곧 졸업이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며 “사실 저 10개 기업 중에 취업하고 싶은 곳이 있다. 그런데 다들 선호가 비슷한 것 같아서 취업이 얼마나 어려울지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대학생에게 ‘쉬운 취업’이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 하는 이 모든 과정이 만만할 리 없다.

또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들이 그저 남 얘기만 같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자신에게 ‘꿈의 직장’이란 남들이 다 좋다는 회사라기보다 그저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이면 될 것이다.

아직 ‘취업’ 자체가 저 하늘 별처럼 아득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뚜벅뚜벅 가다 보면 언젠간 목표에 성큼 가까워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