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안 먹히자 경고… 정부 “수칙 안 지키면 비용 받겠다”

입력 2020-06-09 17:33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전파 고리를 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역학조사에서 거짓으로 진술해 방역작업을 방해한 사람에게 치료비와 방역 비용을 받아내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수도권 집단감염 대응 긴급장관회의에서 “(거짓진술과 격리수칙 위반 등은) 정부의 방역 노력을 무력화하고 국민을 허탈하게 할 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수도권 집단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개인과 사업주에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정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일탈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주문한 데 따라 소집됐다. 문 대통령은 “거짓진술로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개인, 고의나 중과실로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두기)으로 전환한 직후 잇따라 터지는 집단감염은 인구이동이 많은 수도권 특성으로 인해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게 코로나19 진압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 강경 대응을 내놨다.

실제 역학조사에서 자신의 직업과 동선을 속인 인천 학원강사는 7차 감염까지 일으켰고,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노인을 대상으로 판매사업을 벌인 ‘리치웨이’는 서울 구로구 중국동포교회 쉼터로까지 이어져 이날 8명의 추가 확진자를 냈다. 같은 날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있는 방문판매업체 ‘엔비스 파트너’에서 발생한 6명의 확진자도 리치웨이를 방문한 사람과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조만간 인천 학원강사를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다. 손영래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 전략기획반장은 “거짓진술의 위반 정도나 고의성 등이 상당 수준의 과오로 인정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요되는 비용 뿐 아니라 국가가 지원하는 비용 모두 (구상권 청구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첫 케이스도 나왔다. 수원지법은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 당시 ‘신천지 31번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거짓 진술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중대본은 최근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코로나19 확진자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전파가 빨라 순식간에 ‘n차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과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특성이 결합된 결과다. 지난달 초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인천 지역 노래방과 돌잔치를 거쳐 부천 쿠팡 물류센터까지 이어졌다. 서울 양천구 탁구장에서 비롯된 집단감염은 용인 큰나무교회에 이어 광명 어르신보호센터까지 최소 51명의 확진자를 냈다.

정부가 수도권에 한해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강화한 방역지침을 내린 지 열흘이 지났지만 수도권 지역 생활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초래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법령에 따른 조치가 시행된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