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라며 보수의 가치를 역설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강조하는 데 대해 반기를 든 셈이다.
원 지사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고속 질주해서 압축성장으로 오늘날의 경제 대국을 이뤄냈다. 그 경제성장을 선택하고 주도했던 건 대한민국 보수”라며 “담대한 보수의 발전 동력이 어느 때부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소심해졌고 왜 이렇게 쪼잔해졌나. 저는 저희가 물려받은 담대한 유전자를 회복하는 게 우리의 지금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김 위원장 주도의 비대위를 두고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한테 3연속 참패를 당하고, 변화를 주도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잃어버렸다”며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우리에 의한 승리, 대한민국 역사적 담대한 변화를 주도해왔던 바로 그 보수의 유니폼을 입고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미래혁신포럼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용병’ ‘외국인 감독’이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었냐고 묻자 “그런 건 아니다”라며 “지체된 개혁이라 우리의 모든 인력, 경험, 지도자가 다 동원돼야 한다는 그 관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같이 가자는 의미”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원 지사의 강연 내용에 대해 “그 사람(원 지사)이 얘기한 것에 대해서 내가 굳이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