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고(故) 이한열 열사 추모행사에서 이 열사의 모친에게 사죄했다. 경찰의 수장이 이 열사의 유족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처음이다.
민 청장은 9일 오후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3주기 이한열 추모식에 참석했다. 민 청장은 내빈들에게 인사를 한 뒤 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에게 다가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시니 저희가 그 마음을 깊이 새기고 성찰하며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도 덧붙였다.
민 청장은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 행사로 비극이 초래된 데 대해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한다”며 “용서를 빌고 이한열 열사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 그간의 한과 아쉬움을 푸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 청장의 참회는 경찰 측에서 참석 의사를 먼저 밝히고 배 여사 측에서 수용하며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장이 이 열사의 유족을 만나 참회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17년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 열사와 고(故) 박종철 열사 등을 언급하며 사과한 바 있다.
연세대와 이한열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등 최소 인원만 참석한 채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배 여사는 “일일이 찾아뵙고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열사는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재학 중이던 1987년 6월 9일,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직격당해 쓰러졌다. 그해 7월 9일 거행된 이 열사의 장례식에는 서울에서만 100만명이 운집했다. 이 열사의 사망은 6월 민주항쟁의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