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백인 교통경찰이 비무장흑인 사살… 영상공개 발칵

입력 2020-06-09 17:11 수정 2020-06-09 18:04
미국 뉴저지주의 고속도로에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교통경찰인 랜달 웨첼 경사가 과속으로 단속된 흑인 청년 모리스 고든을 순찰차로 안내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에서 백인 교통경찰이 단속 도중 비무장 흑인 청년에게 총을 쏴 사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은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살해당하기 이틀 전에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뉴저지주 검찰이 비무장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격을 맞는 블랙박스 영상을 이날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공개한 영상은 과속 혐의로 교통경찰에 단속되는 한 흑인 청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차를 세우라는 랜달 웨첼 경사의 요청에 갓길에 정차한 모리스 고든은 곧바로 지시에 따랐으나 차에 고장이 발생하며 이동 불능 상태에 빠진다.

이에 웨첼 경사는 견인차를 호출한 후 고든에게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경찰차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한다. 고든은 경찰차 뒷좌석에서 20분간 대기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고든은 별안간 순찰차 뒷문을 열고 나와 운전석 진입을 시도했다. 놀란 웨첼 경사는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고든을 저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후추 스프레이로 제압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권총을 뽑아 고든에게 6발의 총격을 가했다. 고든이 순찰차에서 나온 순간부터 그가 총격에 쓰러지기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28세의 비무장 청년이 경찰의 과속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지만 피해자 가족은 사건의 경위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든의 변호를 맡은 윌리엄 웨그스태프는 “고든의 가족은 해당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 난 뒤에 고든의 장례를 치를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사건이어서 그런지 경찰은 피해자 가족에게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고 WP에 전했다.

고든의 억울한 죽음에 그의 가족들은 가해 경찰관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연루된 경찰관 4명은 경찰직에서 파면되고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장 40년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뉴저지 주정부도 빠른 대처에 나섰다.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건의 기소를 대배심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대배심이란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여 기소 여부와 혐의 등을 결정하는 배심제의 일종이다. 머피 주지사는 “경찰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총격을 가한 웨첼 경사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든이 순찰차에 비치된 총을 꺼내려 했다는 것이다. 뉴저지주 경찰청은 웨첼 경사가 현재 행정휴직계를 내고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