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나흘 뒤면 생일인데…” 끝까지 조난자 곁 지켰던 순직 해경

입력 2020-06-09 16:41
9일 오전 지난 6일 조난당한 다이버 2명을 구하고 순직한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고 정호종 경장의 영결식이 열린 경남 통영시 통영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정 경장의 영정을 품에 안은 동료 해경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시스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 해상동굴 내부에 고립된 스킨스쿠버다이버 2명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故) 정호종 경장의 영결식이 9일 오전 엄수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통영시 광도면 통영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葬)으로 치러진 정 경장의 영결식에는 가족과 동료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6일 조난당한 다이버 2명을 구하고 순직한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고 정호종 경장의 영결식이 9일 오전 경남 통영시 통영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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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10분,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 정호종 경장을 실은 운구차가 병원 장례식장을 빠져 나와 주차장에 마련된 영결식장에 도착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해경은 정 경장에게 1계급 특진을 임명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장례집행위원장인 김평환 통영해양경찰서장은 정 경장이 걸어온 길을 소개하던 중 “부모를 남겨둔 아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끝내 목이 메고 말았다.

구자영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조사를 통해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가장 빛나고 보람 있는 생이었기에 당신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며 “당신과 함께해서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다”고 애도했다.

이어 “1년 전 임용식에서 당신의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을 자랑스런 마음으로 지켜보던 가족들을 남겨두고 어찌 눈을 감을 수가 있겠냐”고 하자 고인의 부모와 가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영결식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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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은 정 경장 가족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정 경장은 오는 13일 34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더 이상 아들의 미역국을 끓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선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정 경장의 생전 구조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재생되자 가족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크게 울먹였다.

고 정호종 경장의 영결식에서 정 경장의 유가족이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유족은 헌화하던 중 슬픔을 금치 못하고 서로를 껴안았고 정 경장의 동기인 박인규 순경은 그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은 채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아보려 애썼다. 또 다른 동기인 반윤혁 순경은 절절한 고별사로 영결식장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고 정호종 경장의 영결식에서 정 경장의 영정을 품에 안은 동료 해경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시스

고 정호종 경장의 영결식에서 정 경장의 영정을 품에 안은 동료 해경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고 정호종 경장 영결식에서 정 경장의 동료 해경이 영정을 쓰다듬고 있다.

고 정호종 경장의 영결식에서 정 경장의 영정을 품에 안은 동료 해경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반 순경은 “거센 파도에 맞서 국민을 구하겠다던 당신의 열정을 우리는 잊지 않고 비통한 마음을 가슴에 묻겠다”며 “허망하게 떠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지독히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겨진 우리의 몫은 눈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보여주신 헌신과 불굴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다.

통영해경경찰서 직원들은 근조 리본을 착용하며 애도주간을 운영하는 등 한마음으로 명복을 빌고 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정 경장은 지난해 1월 고향인 거제에 근무지를 발령받아 구조거점 파출소인 장승포파출소에서 근무했다. 매사 적극적으로 임하는 정 경장은 특히 해난 구조 업무에 최선을 다해 역할을 수행해왔다.

요구조자에게 마지막 희망의 손을 내밀고 싶다던 정 경장은 끝내 바다의 별이 됐다. 정 경장은 거제시 사등면 추모의 집에 임시 안장된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