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집 소장 ‘수사관 메모’ 논란… 검찰 즉각 해명

입력 2020-06-09 16:36 수정 2020-06-09 16:46
8일 오후 정의기억연대의 마포 쉼터(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씨의 빈소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평화의 우리집’ 손모(60·여) 소장의 장례식 둘째 날에는 고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 한 장이 공개됐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소속 수사관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공개되자 검찰은 즉각 당시 수사 상황 일부를 설명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수사 착수 이후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손 소장과 두 차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연 변호인단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연락에서 “마포 쉼터 압수수색(지난달 21일)과 경기도 안성 쉼터 압수수색(지난 5일) 당시 같은 번호로 검찰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서로 달랐다. 공용 휴대전화으로 추측했다”고 말했다. 서부지검 관계자 역시 “공용 휴대전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명의 수사관이 정의연 변호인단 등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 언론은 손 소장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 한 장을 공개했다. 메모지에는 서부지검 소속 수사관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해당 수사관은 형사부 소속이 아닌 계좌추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가 공개되자 검찰은 2차례에 걸쳐 입장을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이 대문 너머 마당에 있던 여성에게 ‘압수수색을 위해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고, 이 여성은 변호인이 오기 전까지는 열어주기 어렵다고 말해 수사관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건넨 상황이 있었다”면서 “다만 해당 여성이 고인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3시간쯤 뒤 다시 입장문을 내고 추가로 상황을 설명했다. 검찰은 설명자료를 통해 “안성 쉼터를 압수수색할 당시 수사팀이 초인종을 눌렀으나 받지 않아 다른 수사관이 변호인단과 통화해 참여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뒤 고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면서 “이후 다시 고인에게 전화가 걸려와 참여 의사를 확인했지만 ‘자신이 안성 쉼터는 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고인을 조사한 적도,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의연 변호인단 관계자도 검찰의 설명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지난달 마포 쉼터 압수수색 당시, 서부지검 형사4부 소속 검사와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건네기로 합의했는데 압수수색을 나와 당황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수사관과의 통화에서는 검사에게 해당 사실을 확인해볼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손모 평화의 우리집 소장 빈소를 찾은 뒤 취재진을 피해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 의원은 "(사건과 관련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이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손 소장의 빈소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오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당 이규민 의원이 조문했다. 안성신문 대표 재직 당시 안성 쉼터를 정의연 측에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말하고 싶지 않다”며 답하지 않았다.

황윤태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