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 김형갑(29)씨는 요즘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 주저앉는 횟수가 늘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6㎏짜리 레벨D 방호복이 연일 김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지난 3월과 4월 대구에도 파견갔었던 ‘베테랑’이지만 더위 만큼은 견디기 쉽지 않다.
김씨는 10일 “방호복을 착용할 때 불가마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도 방호복 내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갔는데 지금은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학교 등교수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검사 물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는 “의심환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학교 전수조사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도 3시간마다 50건 정도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서울에 올해 첫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체력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외부 공기조차 허락하지 않는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무더위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다가올 장마철엔 습기에 취약한 방호복이 감염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도 걱정거리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심모(30)씨는 “피부발진 증세가 지난달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한 번 방호복을 착용하면 2시간 넘게 화장실은커녕 물도 못 마시고 내내 땀으로 샤워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료들은 몸에 쿨패치를 붙이거나 쉬는 동안에 얼린 물병을 껴안고 버티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방호복 착용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에겐 폭염이 더욱 가혹하다.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달 말부터 근무 중인 간호사 한모(28)씨는 “방호복을 입고 서있는 것도 힘든데 착용 권장 시간인 2시간을 넘긴 4시간까지도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손소독제를 바르고 라텍스 장갑 2개를 겹쳐 끼면서부터 물집이 자주 올라와 따끔거릴 정도라고 호소했다.
다가올 장마철엔 방호복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도 있다. 방호복은 마스크처럼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의 김씨는 “대구에서 일할 때도 비가 오면 선별진료소 문을 닫았다”며 “바닥에 물이 고이면 따로 장화를 신는 등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이날 ‘하절기 선별진료소 운영수칙’을 마련·배포해 의료진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의 모든 선별진료소에 냉·난방기를 설치하고, 경량화된 보호장구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사전예약제를 통해 오후 12~4시 사이에는 선별진료소 운영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인천의 선별진료소에선 간호사 3명이 더위로 쓰러지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선별진료소 환경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천막이나 컨테이너 형태의 선별진료소는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와 장기전을 대비해서라도 온·냉방이 가능할 수 있는 건물을 세워고, 다가오는 장마철에 대비해 미리 제습기를 보급해 방호복의 기능을 십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