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이탄희 병가 반려…“의원 병가 기준이 없어서”

입력 2020-06-09 16:31 수정 2020-06-09 16:52

공황장애를 고백하며 국회를 잠시 떠나있겠다고 밝힌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가를 신청했지만 신청서가 반려됐다. 국회의원의 병가를 처리할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 측은 향후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 등에 불출석할 경우 청가서(請暇書)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측은 지난 8일 국회 사무처에 병가 신청서를 냈지만 처리 기준이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는 “청가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의원 측은 청가서를 작성해 냈다.

이 의원 측은 국가공무원법 규정을 준용해 병가 신청서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이 질병이나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행정기관의 장은 연 60일 범위에서 병가를 승인할 수 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9일 “과거 다른 의원들도 병가를 써보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며 “저희로서는 (병가를) 처리할 기준이 없다고 하니 조금 난감했는데 일단 청가서를 내라고 해서 냈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는 “절차와 형식상의 문제로 병가 신청서가 아닌 청가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있기 때문에 양식에 맞춰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회법에는 의원이 사고로 국회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이유와 기간을 기재한 청가서 또는 결석 신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정당한 사유로 인한 불출석이면 특별활동비나 의정활동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앞서 2018년 신보라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이 당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썼을 때 국회의원의 장기 휴가 문제가 검토됐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정무직 공무원이기는 하나, 일반적인 공무원처럼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본인의 부재를 증명해야 하는 때는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뿐이다. 그래서 ‘연가’가 아니라 ‘청가’를 쓰는 게 맞다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신보라 전 의원도 당시 회의가 있을 때 청가서를 내는 방식으로 출산휴가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무처 측은 “국회의원의 업무 특성이나 단독적인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공무원법상 제도들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지금 국회법이 청가 제도라는 것을 이미 규정하고 있어서 국회의원의 경우 연가가 아니라 청가를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