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코로나 비용, 국채로만 해결할 순 없어…소유세 필요”

입력 2020-06-10 00:05
문학동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지구촌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9·사진)는 이런 질문이 나오자 “나는 예언가가 아니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낙관하는 편”이라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대다수 사람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와 같은 광기에 미래를 맡기고 싶어 하진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통해 권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인물을 지금 같이 불안정한 시기에 지도자로 삼는 건 사람들을 더 큰 불안에 빠지게 만든다.”

피케티의 이 같은 발언은 8일 한국 취재진과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간담회는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그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문학동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전작인 ‘21세기 자본’을 통해 경제학계 스타로 발돋움한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신작에서 그는 사적 소유를 당연시하거나 신성시하는 세태를 꼬집으면서 경제적인 해법, 정치적인 처방전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눈길을 끈 주장 중 하나는 청년 세대에게 목돈을 쥐여주자는 제안이었다. 액수는 미국이나 서유럽 기준으로 성인 평균자산의 60%인 12만 유로(약 1억6000만원). 피케티는 “상위 계급의 부가 아래까지 내려오길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고 물었다. 그러면서 “(청년에게 종잣돈을 지급하는 식의) 이런 분배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면 부의 집중은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케티의 주장은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사적 소유의 틀을 허물자는 주장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서다. 피케티는 “사적 소유, 그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개인의 자산은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만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부자들을 상대로 누진소유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피케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출을 언제까지 국채로 해결할 순 없다. 보건과 교육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많은 부를 축적한 이들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그 재원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