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英외무장관에 대놓고 경고 “홍콩 개입 용납 못한다”

입력 2020-06-09 15:44 수정 2020-06-09 18:26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외교 사령탑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영국에 “외부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대놓고 경고하고 나섰다.

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홍콩은 완전히 중국 내정으로 외부 개입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홍콩의 국가 안보 수호는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중대한 원칙적인 문제”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은 “홍콩의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과감하게 법을 제정해 홍콩에 적용키로 했다”며 “홍콩의 보안 관련 법률의 명백한 허점과 장기적인 결함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는 합법적이고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보안법 제정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더 잘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전인대가 통과시킨 국가보안법 초안에도 일국양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린다), 고도의 자치라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홍콩보안법이 일국양제를 바꾼다는 터무니없는 비난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보안법은 극소수의 홍콩 독립 및 테러리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 시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다양한 권리와 자유는 폭넓게 보장되고, 법을 지키는 외국인도 더욱 안심하고 홍콩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콩의 현행 자본주의 제도는 변하지 않고 각종 고도의 자치권도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왕이 국무위원은 “홍콩의 장기적인 안전과 안정을 기대한다면 홍콩보안법을 지지해야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영국 내정에 간섭한 적이 없다. 영국이 중국의 영토 내 국가 안보를 수호할 권리와 일국양제에 따른 홍콩 통치를 존중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라브 장관은 영국이 중국과 양자 관계 발전에 주력하고 있으며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영국은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3일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할 경우 영국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인들에게 시민권 부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장샤오밍 부주임은 홍콩 보안법 제정 추진에 대해 “홍콩의 반대파와 급진 분리주의 세력 때문에 중앙정부가 어쩔 수 없이 행동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장 부주임은 홍콩 기본법 30주년 온라인 토론회에서 “홍콩의 주요 문제는 경제 문제나 민생, 사회 문제도 아니며 정치 문제”라며 “반대파와 배후의 외부세력은 홍콩을 독립적이거나 반(半) 독립적인 정치적 실체이자 반(反)중국 교두보로 바꾸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홍콩의 형세는 이미 덩샤오핑의 말처럼 ‘중앙이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왔다. 중앙이 행동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국 본토가 홍콩보안법 추진에 나선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