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정에서 검사를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사가 공개 재판에서 “피고인이 기망행위를 했다”고 발언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측이 변호인 선임 현황을 분명히 밝히지 않아 재판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다가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9일 열린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은 “단성한 부장검사님이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공개 법정에서 피고인에 대해 ‘기망행위를 했다’고 발언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공판기일(8일) 녹음파일이 완성되는 대로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선 공판에서 단 부장검사가 “변호인 선임 관계가 불분명해 보인다”며 공판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재판부와 검찰을 기망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나왔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현재 선임계를 낸 4명 중 2명만 출석하고 있다. 앞서 재판을 맡아온 배교연·이병세 변호사는 지난달 18일 공판부터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사임계를 제출하진 않은 상태다. 대신 법무법인 율전의 전병관·이수진 변호사가 지난달 11일부터 출석 중이다.
문제는 재판부가 공판 진행을 서두르려고 기존의 주 2회 기일을 최대 3회로 늘리려 하면서 불거졌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들이 사건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록 파악이 어렵고 기존에 수임한 사건들이 많다며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나머지 2명의 변호사와 업무를 나누면 효율적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단 부장검사는 지난 8일 공판에서 “변호인 2명이 사임했는데 아닌 것처럼 해서 불분명하게 해놓은 것 같다”며 “재판부나 검찰을 기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임 전 차장은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단 부장검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25일 공판에서도 “다른 변호사 두 분은 출석을 안 하는 것이냐” “일을 나눠서 하면 안 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여기서 밝힐 의무는 없다.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변호인 2명은 사임한 것이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판 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고 발언하다 나온 표현”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