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상황극 결과 ‘징역 13년’에… 유도범 항소장 제출

입력 2020-06-09 14:52
게티이미지뱅크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른바 ‘강간 상황극’ 거짓말로 실제 성폭행이 이뤄지게 해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항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3년 등을 선고받은 이모(29)씨가 최근 변호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랜덤 채팅 앱 프로필에 ‘35세 여성’이라는 거짓 정보를 설정한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관심을 보인 믿은 오모(39)씨에게 혼자 사는 여성의 집 주소를 알려줘 그곳에 있던 무고한 여성을 성폭행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씨는 오씨가 피해자 집에 들어간 직후 현장을 찾아 범행 장면 일부를 훔쳐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오씨 그리고 피해 여성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이씨 측은 항소 이유서를 아직 재판부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직권으로 변경한 데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 대해 주거침입 강간 교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재판부는 그를 주거침입 강간 간접정범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간접정범은 죄가 없거나 과실로 범행한 다른 사람을 일종의 ‘도구’로 이용해 간접적으로 범죄를 실행했을 때 적용한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검찰에 간접정범 법리를 적용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양형 부당 주장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함께 불구속기소 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오씨 역시 2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