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수성향 방송 폭스뉴스가 대규모 시위로 이어진 지난 50여년 흑인들의 죽음을 주가 상승과 연관지어 보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쏟아지는 비난에 폭스뉴스는 곧바로 사과했다고 A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문제의 인포그래픽은 단순히 주식 시장의 변화만을 담았을 뿐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시민들이 분노한 전체 맥락은 외면했다”며 “이런 그래프를 뉴스에 송출해서는 안 됐다”고 공식 사과했다.
문제의 인포그래픽은 1968년 마틴 루서 킹이 암살당했을 때, 1992년 로드니 킹을 구타한 경찰들이 무죄선고를 받았을 때, 2014년 마이클 브라운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최근 조지 플로이드가 체포 과정에서 사망했을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얼마나 상승했는 지를 그렸다.
이에 인권운동가, 유명 언론인, 네티즌들은 SNS상에서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마틴 루터 킹의 아들은 “흑인의 죽음을 주가 지수 상승과 비교한 폭스 뉴스의 몰상식한 결정에 소름이 끼친다”며 “아직도 미국에는 흑인과 금전적 이득을 연결짓는 잔인함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의 14선 보비 러시 하원의원은 “절대 말도 안 되는, 구역질 나는 짓”이라며 “이 그래픽은 사람 목숨을 시장 이익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실업률이 13.3%로 4월 14.7%에서 떨어졌다는 점을 홍보하며 플로이드를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한 흑인) 조지도 이것이 우리나라의 위대한 현실이라고 말할 것”이며 “그를 비롯한 모든 미국인의 위대한 날”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