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에서 9세 여아가 친모와 의붓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리다 탈출한 사건이 대중의 공분을 모으고 있다. 처음 알려진 것과 달리 아이의 친모까지 끔찍한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현재 자신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친모 A씨(27)와 의붓아버지 B씨(35)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초등학생 딸 C양(9)을 학대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C양이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쯤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다가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C양은 눈이 멍들고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심한 상처가 있었다. 또 손톱 일부가 빠져있기도 했고 머리에는 찢어져 피가 흐른 자국이 남았다.
C양은 B씨가 달군 프라이팬으로 자신을 손가락을 지졌으며 2018년부터 상습적으로 자신을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A·B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그랬다”며 폭력을 시인했으나 상습적인 학대라는 점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가지 쟁점이 되는 것은 아이의 친모 A씨의 처벌 여부다. 경찰이 파악한 결과 A씨는 수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치료를 받지 않아 증세가 심해졌고 이에 딸을 학대하는 일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법원이 A씨의 조현병을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할지, 인정한다면 감형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현병은 뇌에 기질적 이상은 없지만 환각이나 망상, 행동 이상 등 사고 장애를 만성적으로 일으키는 병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극도의 공격성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들이 일으킨 강력 범죄 사건이 이슈화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범인의 조현병을 심신미약으로 인정하고 ‘피해망상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피의자는 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감형됐다.
2018년 있었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도 조현병을 주장했다. 그러나 범행 당시 분별력이 있는 상태였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감형 없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2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 역시 조현병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앞둔 안인득 측은 여전히 “환청이 들리는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며 감형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적 분노를 일으킨 강력 범죄자들이 조현병을 주장하자 2018년 12월 형사법의 대원칙 세부내용이 수정되기도 했다. 기존 ‘심신미약이면 형을 감경한다’에서 ‘심신미약이더라도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조현병 등 심신미약자 범행 시 의무적으로 감형해야 한다는 것에서 재판부의 재량과 판단의 폭을 넓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조현병과 사건의 연관성이 정확히 드러난 사례는 거의 없다. 때문에 조현병 환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