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TV 프로그램들이 간접광고(PPL)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tvN·Olive 예능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 제재를 받았고 SBS 드라마 ‘더킹’은 노골적인 PPL로 뭇매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제작 단계에서 PPL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맥락에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8일 오후 ‘라끼남’에 법정 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사실상 특정 업체 라면광고로 본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송된 ‘라끼남’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는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가 만들었고 강호동이 출연했다. 강호동은 특히 농심 안성탕면을 사랑했다. 이밖에도 짜파게티나 너구리 등 여러 농심 상품이 부각됐다.
농심과 PPL 계약을 했기 때문이었지만 방심위는 “라끼남은 특정 업체에 정도가 넘은 광고 효과를 줬다”며 “마치 해당 업체 라면을 광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의도적인 구성과 연출로 부당한 광고 효과를 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방송법에 따라 허용된 간접광고 상품의 단순 노출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PPL은 2010년 도입됐다. 치솟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단으로 방송에 광고주의 상품을 노출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과 동떨어지게 불쑥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SBS 드라마 ‘더킹’의 PPL은 불편하다는 지적을 넘어 조롱 받는 실정이다.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은 정태을(김고은)과 통화를 하며 “놀랐어. 영이(우도환)가 골라 온 커피가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아. 첫맛은 풍부하고 끝 맛은 깔끔해. 대한민국은 이걸 시중에서 판다고?”라고 말했다. 통화 내내 그의 손에 들린 커피가 화면에 선명히 비친다.
이 드라마의 PPL은 줄곧 맥락 없다. 잠복근무 중인 두 형사는 라면을 먹다가 별안간 김치 한 봉지를 손에 든다. 어색하게 공중에 뜬 김치의 상표는 고스란히 전파를 탄다. 또 태을은 갑자기 멀티밤을 꺼내 입술과 볼에 찍어 바르면서 “너 가져, 이거 하나면 다 돼”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치킨, 휴대전화, 건강식품, 차량 등 한 회에 무려 7개 상품이 등장한 때도 있었다.
PPL은 제작비 감당을 위해서는 필수 요소다. ‘더킹’은 회당 20억~25억원 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제작비는 약 320억원이다. 제작비가 날이 갈수록 치솟는 만큼 방송 3사의 PPL 매출액도 해마다 10~20%씩 늘고 있다. 물론 시청자도 PPL의 중요성을 안다. 때문에 “하지 마라”가 아닌 “적당히 하라”고 요구한다.
이 가운데 PPL과 정면 돌파를 택한 드라마가 있다. MBC 드라마 ‘꼰대인턴’이다. 극 중 가열찬(박해진)은 식품 회사의 직원인데 ‘핫닭면’을 개발해 5년 만에 부장이 된다. MBC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핫닭면’ 출시를 논의하고 캐릭터 ‘핫닭이’ 캐릭터 상표권까지 출원했다. 박해진도 광고 모델로 참여해 유통에도 직접 나섰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남성우 PD는 “드라마를 연출할 때 가장 곤란한 부분은 PPL 광고”라며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는 점을 알면서도 담아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설프게 PPL 아닌 척하고 찍느니 차라리 조금 더 뻔뻔하게 드라마에 녹여버리는 게 낫다 싶었다”며 “갑자기 어떤 상품이 나오기보단 최대한 튀지 않게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