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포인트 격차…흑인 사망 분노 반영돼
코로나 한창이던 5월 CNN 격차는 5%포인트
코로나는 중국 ‘핑계’…흑인 시위는 트럼프 ‘독박’
미국인 65% “트럼프 시위 대처, 해만 끼쳐”
바이든, 추도식 참석 유족 위로…트럼프와 ‘차별화’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불붙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보다 흑인 사망에 대한 분노가 트럼프 대통령에 더욱 강한 충격을 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 경찰에 의해 숨진 조지 플로이드 유족을 만나 위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CNN방송이 미국 성인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55%의 지지율을 얻어 41%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에 14% 포인트 앞섰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5일 이뤄졌다. 흑인 플로이드 사망에 분노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졌을 때다. 이번 여론조사는 항의 시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CNN의 조사라고 무시하기도 힘들다. CNN의 지난 5월 같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51%)과 트럼프(46%)의 격차는 5% 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도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달 사이에 9% 포인트나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 CNN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문제 대응 방식에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시위에 대한 대처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응답했다. 84%에 달하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번 시위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달 13∼14일 실시됐던 의회전문지 ‘더 힐’과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엑스’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바이든(42%)과 트럼프(41%)의 격차는 단 1% 포인트였다.
이를 종합해보면,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벼운 충격을 던졌다면, 흑인 사망에 대한 분노는 치명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탈출구를 만들었다. 또 조기 경제 정상화를 밀어붙이면서 지지층의 이탈을 막았다. 그러나 흑인 사망 시위에 대해선 비판을 혼자 뒤집어쓰는 분위기다.
이번 CNN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는 38%로 조사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2019년 1월 이후 최저치다. CNN방송은 지미 카터·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이와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두 사람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CNN 여론조사는 그들의 보도만큼 가짜”라고 비난했다. 이어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었을 때는 (여론조사가) 지금과 비슷했거나 더 나빴다”고 비꼬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론조사는 불리하게 전망됐지만 자신이 승리했다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플로이드의 마지막 추도식에 참석해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플로이드 측 변호사인 벤저민 크럼프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이 유족들과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바이든)는 경청했고, 그들(유족)의 고통을 들었고, 그들의 비애를 나눴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바이든이 미국의 최고 치유자(healer-in-chief)가 되기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바이든은 통합과 치유를 들고 나오면서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는 트럼프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