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호스트클럽, 확진 사실 감추고 영업” 재확산 조짐

입력 2020-06-09 10:43
지난 3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의 유흥가인 가부키초(歌舞伎町)에서 주점들이 영업 중이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일부 유흥업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감추고 계속 영업한 것으로 드러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가부키초의 한 호스트클럽은 종업원과 손님이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계속 영업을 강행했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업소에서 일하다 확진 판정을 받아 호텔에 격리 중인 20대 남성 접객원은 업소 측이 몸 상태가 안 좋은 일부 직원을 쉬게 했을 뿐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속 영업했다고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남성이 일한 업소에서는 지난달 직원 한 명이 일주일 이상 37.5도 이상의 발열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직원은 1주일가량 쉬었을 뿐 유전자 증폭(PCR) 검사도 없이 업소에 복귀했다가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직원들과 손님들이 줄줄이 감염됐다.

남성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직원을 쉬게 하는 게 어떠냐”고 건의하기도 했으나 사장은 “건강하니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업소에 손님이 붐빌 때도 있었고 수입이 적은 호스트(접객원)는 2층 침대가 설치된 공동 숙소에서 생활하는 등 애초에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가 컸다고 남성은 전했다. 그는 “출근하고 싶지 않았으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데 쉬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얘기에 할 수 없이 계속 일하다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남성은 “감염 확산이라고 떠들어도 남의 일로 생각한다. 확진자가 나와도 공표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는 업체는 다른 곳에도 있을 것이며 감염은 (알려진 것보다) 더 확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확진자 추이를 보면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 분석에 의하면 긴급사태가 해제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도쿄에서 카바레 등 유흥업소 종업원을 중심으로 80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는 이 기간 도쿄 내 확진자의 34%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주쿠의 한 호스트클럽에서는 남성 접객원 12명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해제 이후 코로나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야스다 지로 일본 나가사키대 교수(바이러스학)는 “이미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응을 잘못하면 6월 하순에 급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