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장고’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원정숙 판사 누구

입력 2020-06-09 09:51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결정됐다.

원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30분쯤 시작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부터 9일 새벽까지 장장 15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검토’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북 구미 출신인 원 부장판사는 구미여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뒤 1998년 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인천지법 부천지원, 서울가정법원,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등을 거치며 주로 민사나 행정 사건을 담당했다. 올 2월 다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아왔다.

원 부장판사는 조세회피·세법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2004년 ‘세법과 사법’ 논문으로 경북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세법학회에 논문을 투고하기도 했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 차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원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역대 두 번째 여성 영장전담판사로, 2011년 이숙연(52·26기) 부장판사 이후 9년 만이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된 4명의 영장전담판사 중 한 명으로, 통상의 ‘무작위 전산 배당’ 방식에 따라 이번 사건을 배당받았다.

원 부장판사는 평소 정치적 색채 등을 특별히 드러내지 않고 재판 업무에 집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3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구속영장을 신속하게 심사해 발부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지난 4월 마스크를 불법 유통한 이모씨, 텔레그램 ‘주홍글씨방’을 운영한 송모씨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 영장실질심사를 처음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한 달 뒤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가 추가돼 구속영장이 재청구됐다. 이 부회장은 그 뒤 1심에서 받은 징역 5년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되면서 2018년 2월 1년 만에 석방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