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 파주시 자택에서 숨진 서울 마포구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에 대한 부검 결과가 나왔다.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사이며 음주와 주저흔이 발견됐다는 게 1차 소견이다. 경찰은 부검 소견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해 ‘극단적 선택’인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족과 변호인 등이 참관한 가운데 손씨 시신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검찰에서도 검사 등 3명을 보내 부검 참관 의사를 밝혔지만 현장 부검의가 수용하지 않아 잠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이날 오전 부검의로부터 1차 결과에 따른 구두 소견을 전달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의 시신에선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의심할 만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손목과 복부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한 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할 때 나타나는 주저흔과 음주 흔적이 발견됐다.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사로 스스로 경부를 압박하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손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일각에선 음모론이 제기됐지만 외부인 침입이나 현장 상황, 발견 당시 모습 등을 감안하면 외부인 침입에 의한 타살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세 부검 소견이 게재된 보고서는 약독물 검사 결과가 나오는 2~3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이 CCTV를 분석한 결과 손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57분 자택인 파주 시내 아파트로 들어간 뒤 외출하지 않았다. 집 안에는 다른 침입 흔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동료였던 지인은 혼자 거주하는 손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지난 6일 밤 손씨의 집까지 찾아왔다. 이 지인은 집 안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자 같은 날 오후 10시35분쯤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집 안에 들어갔을 땐 이미 손씨는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사망 원인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손씨의 자택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손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종 통화자나 메시지 수신 내역 등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손씨의 휴대전화는 국산 제품으로 잠금 해제와 분석에 하루 이틀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자택에 컴퓨터 등 다른 기록 가능한 전자제품이 있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일단 휴대전화 기록이 분석되면 사망 추정 시간 등을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검을 마친 시신은 유족과 정의기억연대 측이 마련한 빈소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장례는 3일간 시민장으로 치러지며 상주는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이 맡는다. 발인은 10일 오전 8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