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9시1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섰다. 이 부회장 등 삼성관계자들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심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서울구치소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심문은 8시30분간. 다른 모든 이의 심사는 10시간50분 동안 진행됐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서 나오자 취재진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영장심사에서 어떤 내용을 소명했는지, 혐의를 부인했는지, 최후 진술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기자들은 물었다. 하지만 이 모든 질문에 이 부회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규정하고 구속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 방안이 2010년대 초반부터 장기간에 걸쳐 계획됐고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가 동원됐다는 것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득이 수조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정황 증거로 이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만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논의한 정황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 측은 1년7개월간 수사로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맞섰다.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을 내세워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삼성 측은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며 불법적인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9일 오전 2시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끝에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함께 청구된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원 판사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