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행불인 재심 청구 사건 심문 개시

입력 2020-06-08 17:59
8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행방불명 된 피해자들에 대한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시작됐다. 사진은 피해자 유족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주4·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수형생활을 하다 행방불명된 수형인에 대한 재심 개시 절차가 시작됐다.

8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고(故) 임청야씨 등 4·3 행방불명 수형인 14명의 유가족이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의 첫 심리를 진행했다.

지난해 1월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재심 재판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행방불명 수형인 349명의 유가족이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은 이 중 호남 지역에서 수형생활을 한 행불 수형인 14명에 대한 첫 심리였다. 앞으로 대전, 제주 등 수감 형무소별로 심리가 진행된다.

그동안 4·3수형인 중 생존인을 상대로 한 재심은 있었지만 행불인에 대해서는 없었다. 행불인 재심은 지난해 생존 수형인들의 재심 청구와 달리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청구인 대부분이 당사자가 아닌 유가족인 탓에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해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형 행불인의 사망을 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지의 여부와 일부 수형인들이 형무소에 수감될 당시 가족들의 피해를 우려해 실제 이름을 대지 않아 호적과 수형인 명부상 이름이 서로 다른 경우도 쟁점으로 남았다.

앞으로 재판부는 수형인의 증언과 수형인 명부, 4‧3 진상조사 보고서 등의 기록을 통해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에 주력한다.

재심 사유에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경찰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 판결로 증명될 때’가 포함된다.

행불 수형인 유가족의 법률 대리인인 문성윤 변호사는 “행불 수형인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며 “이와 관련해 보충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재심을 청구한 4‧3 수형인은 수형인 명부에 적힌 2530여 명 중 생존 수형인 28명, 행방불명인 349명 등 모두 377명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