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진단했다.
샌델 교수는 8일 외교부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주변국들에 비해 볼 때 한국이 성공적인 방역 성과를 거둔 이유 중 하나는 넓은 의미의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결속력에 있다”며 “미국과 여러 유럽국가에서는 기부 활동이 줄지어 일어나지만 한국은 자선과 기부를 넘어선 행동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의 활동과 별개로 사회 안팎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협조”라며 “입주민들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배려로 월세를 내린 건물주들이 있다. 미국인으로서 경의를 표할 만큼 무척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소비자들은 영세한 업체나 식당들이 도산하지 않도록 기꺼이 대금을 미리 지불해주려고 한다”며 “이런 운동은 시민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매우 인상적이다. 시민들 상호 간의 배려와 존중을 보여주는데, 효율적인 정부조차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준 흥미로운 점들을 짚었다. 그는 “심각한 사회 내 분열이 이번 사태를 통해 주목받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이를테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은 바이러스에서 비교적 안전한 반면 일반 시민과 부대끼며 일할 수밖에 없는 병원, 식료품점, 배달업계, 창고물류업. 대체로 근로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직군의 사람들은 사회 전체가 이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기피하는 부담을 떠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큰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현실에 대해 우리는 각성해야 한다.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 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사회구성원 간 상호의존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경제와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그게 바로 공공선·연대·사회적 결속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 조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샌델 교수는 “생명이 걸린 일이니까 공익을 위해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일시적으로 접어둘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비상사태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걸 의식하고 있다가 사태가 잦아들면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를 다시 제기하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공보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정치 분야의 교훈을 이번 사태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희망의 단초가 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아는 사회로 나아가고 그로부터 더 큰 의미의 공공선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