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관계로비 의혹 실체없다”…10개월 신라젠 수사 마무리

입력 2020-06-08 17:32
이영림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이 8일 서울 남부지검에서 신라젠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신라젠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라젠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신라젠 수사는 전·현직 임원 등 관련자 9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10개월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라젠 정관계로비 의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에서 활동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2014년 신라젠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후 여권 유력 인사가 신라젠 행사에 참여해 축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8일 신라젠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신라젠 관련 계좌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결과 유시민씨나 노무현재단 등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의혹이 제기됐던 신라젠 기술특례상장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은 “상장 과정에 중점을 두고 확인했지만 범죄로 평가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문은상(54) 대표를 포함해 전현직 임원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문 대표 등은 2014년 실질적인 자기자금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자본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후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불법적인 BW 발행구조를 설계하고 자금까지 제공하며 문 대표 등을 도운 모 증권사와 해당 증권사 임원진 2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와 별개로 문 대표는 2015년 지인 5명에게 부풀린 스톡옵션 46만주를 부여한 후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매각대금 중 38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돌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19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자회사에 500만 달러를 대여하고 전액 손실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추가로 적용됐다.

하지만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3상 시험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악재성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주식을 팔아치워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문은상 등 전현직 임원들이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은 주식 매각 시기와 미공개정보의 생성시점 등을 고려할 때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된 건 신모 신라젠 전무가 유일하다. 신모 전무는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보유 주식 전량인 16만7777주를 88억원에 매도해 64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문 대표의 고가주택과 주식 등 1354억원 상당의 재산을 확보했고 향후에도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을 철저하게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