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재난지원금’+‘신작’=극장 기지개?

입력 2020-06-08 17:26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입구에 체온 측정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영화계 안팎에서 ‘6월’은 영화계 향방을 결정지을 달로 꼽힌다. 6월 관객 수 회복세가 두드러지지 않으면 7~8월 텐트폴(성수기 대작) 영화들에도 연쇄적 피해가 불가피해서다. 다행히 숨죽였던 극장가가 점차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하나둘 개봉하는 신작에 관한 관심과 관객을 불러모으려는 정부·영화관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6∼7일)간 극장을 찾은 관객은 31만7037명이었다. 전주의 15만2284명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스코어다. 관객 수 회복 끌차는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침입자’였다. ‘침입자’는 개봉부터 7일까지 28만8848명을 동원했고, 7일 하루에만 8만9150명을 불러모았다.

물론 지난해 6월 8∼9일 관객 수(235만5508명)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관객 수이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다시금 유행 조짐인 상황을 고려하면 의미가 상당하다. 한 영화관계자는 “‘침입자’로 인한 관객 수 반등은 극장가 관객 기근 해소를 위한 요점 중 하나가 신작 재개봉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영화관이 수익을 관계 분야로 분배하는 국내 영화 생태계 구조상 극장 관객이 많아져야 투자·배급사, 제작사, 창작자 등도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돼 관객 수가 조금씩 반등한다면 텐트폴 영화들이 개봉하는 여름 성수기쯤에는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거라는 게 영화계 안팎의 전망이다.

관객 수 회복세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개성 넘치는 신작들 여럿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다. 당장 오는 10일에는 신혜선 배종옥 주연 영화 ‘결백’이 개봉한다. 18일에는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인 조진웅 주연 ‘사라진 시간’이, 24일에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 ‘#살아있다’가 선보인다. 최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뽑혀 화제를 모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 등도 7월 중 개봉을 확정지었다.

정부가 꺼내든 반값 할인권 정책도 얼마간 효과를 보이는 듯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에서 다시, 봄’ 영화 캠페인의 하나로 ‘침입자’ 개봉일에 맞춰 지난 목~일요일(4~7일) 6000원 할인권 지급을 시작했다. 특히 5~7일 사흘간 40만1815명의 관객이 극장을 다녀갔는데, 이는 전주 19만286명 대비 111%가 증가한 스코어였다. 영진위는 시작일로부터 3주에 걸쳐 할인권을 지속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한산한 서울 시내 한 영화관. 연합뉴스


영화관들이 꺼내든 카드는 ‘방역’과 ‘정부 할인 연동 혜택’이다. CGV는 상영관에 입장하는 관람객의 체온과 마스크 착용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스마트 패스’를 최근 전국 115개 직영점에 도입했다. 열 감지 카메라 등을 활용한 이 스마트 패스 시스템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마스크가 턱이나 입에만 걸쳐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안내하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뒤 재확인을 받도록 유도한다. 체온이 37.5도 이상일 경우에도 재측정과 함께 환불조치 및 입장 제한 등 조치가 취해진다.

메가박스는 이달부터 ‘안심더하기(띄어앉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홀수 열 좌석 예매가 제한되는 한 줄씩 띄어 앉기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징검다리 띄어 앉기 형태로 좌석 예매를 할 수 있어 관객 간 좌우 간격을 둘 수 있다. 롯데시네마도 매일 2회 이상 영화관 방역 등 조치를 포함해 상영관 입장 시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 할인권 정책과 연동되는 이벤트들도 준비됐다. 메가박스는 오는 21일까지 프리미엄관 및 기술특별관을 1만원에 관람할 수 있는 ‘만원의 행복’ 이벤트를 선보인다. 사운드 특별관 MX와 더불어 ‘더 부티크’ ‘더 부티크 스위트’ ‘더 퍼스트 클럽’ 등의 프리미엄 특별관이 대상이다. 영진위의 할인권 중복 적용과 제휴사 중복 할인이 가능해 최대 94% 할인된 2000원에 특별관을 경험할 수 있다. 롯데시네마는 영진위 할인권을 적용 후 잔여 금액을 엘페이로 결제할 때 결제 금액의 50%를 엘포인트로 다시 돌려주는 엘페이 페이백 이벤트를 마련했다. 주당 선착순 5000명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적립금으로는 예매 티켓당 최대 3000포인트가 지급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