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은 다음 달부터 고객에게 보험료 납입을 독촉하거나 보험 해지를 안내할 때 스마트폰으로 안내장을 발송할 예정이다. 업계 최초로 내놓은 ‘모바일 통지서비스’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유통 증명을 받을 수 있어 기존의 등기우편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지닌다. 이에 따라 통지문 수령 여부를 둘러싼 분쟁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부상한 ‘언택트(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금융생활의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각종 서비스 등장에 소비자들은 이제 종이 고지서나 실물 신용카드, 투자 상담사 없이도 금융 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디지털이 두려운 이들도 존재한다. 금융 혁신과 함께 ‘디지털 양극화’ 해소는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종이가 필요 없는, 이른바 ‘페이퍼리스’ 금융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2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2월부터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고지서·영수증 서비스가 종이문서와 같은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다. 앞서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정부로부터 ICT 규제 샌드박스의 승인을 받아 이미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데,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마다 ‘모바일 전용카드’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실물카드가 아닌 스마트폰에 등록해 사용하는 카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산되고 있는 ‘홈코노미(홈+이코노미의 합성어)’족을 겨냥한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신한카드 예이(YaY)’의 경우, 실시간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와 배달음식 서비스를 연계했다. 하나카드가 내놓은 모바일 신용카드 ‘모두의쇼핑’은 온·오프라인 쇼핑시 이용금액의 5~10%를 적립해준다.
금융상품 투자에 있어서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대세로 떠올랐다. 로봇(robot)과 상담사(advisor)를 결합한 용어인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핀테크 기술의 집약체라 할 만하다. 투자 유형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추천해주고 시장에 위험 신호가 있을 땐 곧바로 알림 메시지를 보내준다. KB국민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케이봇쌤’의 경우, 올해 1분기 신규 가입금액은 1292억원이었다. 지난해 신규 가입 금액(653억원)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기반의 금융생활이 확산될수록 ‘디지털 문맹’이 그늘도 짙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양극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으로는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농어민, 고령층이 주로 꼽힌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때, 평균 70%에 불과하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결과적으로 똑같은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혜택에 있어서 이들 취약계층이 차별을 받게 된다”면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고령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대학, 민간 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평생교육 및 정보화 교육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