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8일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쟁과 관련해 “정당과 정부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기본소득에 대해 “사례가 많지 않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당에서 하는 얘기와 정부가 하는 얘기가 같을 수는 없다”며 “기존 (기본소득 관련)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재원이 막대하게 들어가는데 재원은 어떻게 조달을 해야 되고, 그 다음에 최소한 다른 나라가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스터디도 있어야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화된 수준에서의 논의를 하기는 좀 이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여야 간에 백가쟁명식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정청 차원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원 마련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제부터 연구과제이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현실적으로 재원이 없는데 당장 어떻게 할 것인가. 재원이 있어야 나눠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만으로도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구체화할 재정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회성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과는 달리 기본소득은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개념이다. 전 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도 기획재정부와 여당 사이에서 의견 대립이 격렬했는데, 기본소득은 자칫 당정 간 이견만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불붙을 경우 청와대가 계속 거리두기만을 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재난지원금도 애초 청와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여당에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당정청 차원으로 논의가 확산됐고, 결국 총선 공약에 따라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기본소득도 야당이 필요성을 먼저 제기하고 여권 대선 주자들이 거들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