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이 촉발한 항의시위가 전 세계로 번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을 놓고 전직 고위 관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1, 2기 때 각각 국무장관을 지냈던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이 대표적이다.
미국 최초 흑인 여성 국무장관인 라이스 전 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트위터는 잠시 접어두고 국민과 대화하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백악관으로부터 메시지를 얻길 기대해왔다.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를 낼 땐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다.
그는 이어 “트위터는 복잡한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대통령이 말할 땐 사려 깊어야 하고, 메시지가 모든 미국인에게 전달되도록 갈고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의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발언까지 한 것에 대해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어떤 말을 하기 전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라, (역사적으로) 깊은 상처이기 때문”이라며 지적했다. 그는 흑백갈등이 극심하기로 유명한 앨라배마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라이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합과 공감의 언어로 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시위대를 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핵심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그 어떤 대통령도 모든 국민의 동의를 받진 못하겠지만, 대통령이라면 지지층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게 말해야 한다”며 “우리의 깊은 상처에 관해 얘기하고,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라이스 전 장관뿐만 아니라 공화당 출신 거물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유타) 상원의원,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등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다.
특히 파월 전 장관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일삼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대선 때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 가까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