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실업급여 1조원 시대 열렸다… 13조 예산도 안심 못해

입력 2020-06-08 16:38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행정통계로 본 '2020년 5월 노동시장 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실업(구직)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올해 실업급여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8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587억원)보다 33.9% 증가했다.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생계와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한 달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월(7891억원), 3월(8982억원), 4월(9933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지급액 신기록 행진이다.

올해 실업급여 본예산은 9조5158억원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고용위기가 심각해지자 추가경정예산(3조3938억원)을 더해 12조9096억원까지 증액했다. 1~5월까지 쓴 돈은 4조4244억원이고, 남아있는 예산은 8조4000억원 정도다. 연말까지 매월 1조2000억원 정도를 쓸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한 2월 이후 월평균 지급액이 780억원씩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연말 전에 고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상황에 따라서는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는 등 재정을 보완하는 방법까지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제조업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 상황을 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신청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신청자는 67만8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34.8%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신청자는 11만1000명으로 같은 기간 32.1% 늘어났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제조업·도소매업·서비스업·건설업에서 업종별로 1만~2만2000명가량 신청자가 몰렸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1382만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15만5000명(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가장 많이 늘었던 지난해 8월(54만5000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고용보험 자격을 새로 취득한 노동자는 48만6000명으로 15.7% 감소했다. 기업이 채용을 축소하거나 연기한 결과다.

젊은층과 제조업에서 취업난이 도드라졌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중 20~30대 가입자는 작년 동월보다 2.2% 줄었다. 정부는 일 경험이 없거나 미숙한 25세 미만 신입사원 채용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40~60대에서 가입자가 모두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52만9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만4000명이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9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이번 발표에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체 노동 인구 중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절반만 통계에 반영된 셈이다. 정부는 1일부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1인당 15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을 받았는데, 1주일 만에 무려 33만명이 몰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가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의미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