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첫 외국인 감독으로 임명된 대한항공의 로베르토 산틸리(55·이탈리아) 감독이 한국을 경험한 동향 ‘선배’들과의 인연을 밝혔다.
산틸리 감독은 8일 경기도 용인의 대한항공 연습체육관에서 신임 감독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에 오게 돼서 영광이고 더군다나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이라 더 영광”이라며 “여기 온 목적은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했다.
산틸리 감독은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2주 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쳤다. 오랜 기간 해외 유수의 팀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그였지만, 먼 아시아 국가에서의 감독직 도전은 부담이 됐을 터. 게다가 대한항공은 ‘통합 우승’이 목표인 최상위권 팀이라 성적 부담이 크다.
그런 그에게 같은 이탈리아 출신의 스테파노 라바리니(41)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의 외인 라이트 발렌티나 디우프(27)는 한국과 한국 생활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산틸리 감독은 라바리니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우린 서로 알고 있었고 한국으로 오기 전에 문자도 주고 받았다”며 “특별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의 생활환경에 대해 조언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라바리니는 한국 배구에 대해 ‘조직력’ 부분을 놀라워했다”며 “그가 긍정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V-리그를 경험한 디우프는 국가대표팀을 맡은 라바리니 감독보다 산틸리 감독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행 권유를 했다고 한다. 산틸리 감독은 “발렌티나에게 한국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환상적이다, 그만한 곳이 없다, 빨리 오라고 계속해서 추천했다. 발렌티나가 계약을 1년 연장한 것도 그만큼 한국이 좋아서인 걸로 알고 있다”며 “내가 한국에 온단 결정에 그가 한국에 있는 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게 일부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에 온 뒤 2주 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산틸리 감독은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와 함께 지난 시즌 V-리그 영상을 돌려보며 전력 분석 시간을 가졌다. 영상에서 어떤 팀이 흥미로웠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산틸리 감독은 “우리카드가 잘했고 현대캐피탈도 흥미롭게 봤다”면서도 “V-리그는 용병을 교체했을 때 팀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팀 색깔과 스타일은 조금 더 지난 후에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용인=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