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유상증자·차입·대여 등 자금 조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건비와 리스료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한 생존 방책인 동시에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기 위해 내놓는 자구안의 성격도 짙다.
에어서울은 8일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운영자금 300억원을 대여 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에어서울 자금대여 방안을 확정했었다. 이율은 4.6%며 대여기한은 2021년 1월 27일까지다. 2016년 첫 운항에 나선 에어서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채가 급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현재 자본총계는 -29억원이다.
다른 LCC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오는 8월을 목표로 각각 1700억원, 6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도 1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한다. 에어부산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LCC들이 자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사 자본이 급속도로 바닥을 보이기 시작해서다. 올 1분기 제주항공의 자본총계는 2226억원으로 1년 전(4068억원)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도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자본총계가 각각 40%, 50% 급감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감소가 3월부터 본격화했기 때문에 업계에선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나쁜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이 한꺼번에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유상증자 청약률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LCC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항공사 순위 1위인 대한항공이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상황에서 LCC는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적기 때문이다. 플라이강원도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위해 여러 기업과 협의했지만 투자자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들이 투자자 섭외가 어려운 걸 알면서도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산업은행은 LCC들에 추가로 운영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놓았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무급휴직, 월급 삭감 등 기본적인 자구안은 이미 모두 시행 중이다”며 “유상증자, 차입 등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