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사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민간의 대북전단 활동을 정부 차원에서 단속·저지할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거론하며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조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까지 무시하겠다고 한다면, 문재인정부는 스스로가 ‘반인권정부’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이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의원은 대북전단 활동이 헌법으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며 이에 대한 단속 조치를 할 수 없다는 5년여 전 국가인권위 결정을 거듭 강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4일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여정의 말에, 통일부는 4시간여 만에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는 엄포엔 청와대와 국방부가 나서 ‘대북전단살포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고 주장했다.
전날 통일부가 ‘손해배상청구소송 기각사례’를 거론하면서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보장받는 기본권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에 대해서는 왜 모른척 하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조 의원은 박근혜정부에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교부 1차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냈으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인권위원회는 2015년 1월 26일 전원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부가 북한의 위법·부당한 위협을 명분으로 민간단체 혹은 민간인의 정당한 대북전단 활동을 단속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결정 이유에 대해 인권위는 ‘북한이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 혹은 그 발원점에 대하여 물리적 타격을 가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명백히 국제인권규범 및 국제법에 위반되는 범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북한의 협박을 이유로 우리 정부가 해당 개인의 행위를 제지하는 것은 바로 북한의 부당한 요구에 부응하여 우리 정부 스스로 인권침해 행위를 하는 것이 된다’고 적시했다. ‘남북한 사이의 상호비방금지 합의는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서 그 당사자인 남북한 당국이 이 합의에 구속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이유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구성이 완료되면 대북전단 살포금지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접경지역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백해무익한 대북전단 살포는 중지돼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무력충돌 우려 등으로 전단 살포를 중지시킨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2015년 1월 당시 대북전단 활동 관련 인권위 결정문 일부.
국 가 인 권 위 원 회
전 원 위 원 회
결 정
제목 : 대북전단활동 제지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
주 문
민간단체 혹은 민간인의 대북전단활동은 헌법상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북한의 위협 또는 남북한 사이의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 금지” 합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북한의 위법·부당한 위협을 명분으로 민간단체 혹은 민간인의 정당한 대북전단활동을 단속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