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운동 역사” 첫 입장 표명

입력 2020-06-08 14:59 수정 2020-06-08 15:17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며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 이후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제도를 갖추겠다는 뜻도 밝혔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번 사태와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본인이 입장을 상세하게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며 “미 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프랑스 의회에서도 최초로 증언했고 연세 90의 노구를 이끌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촉구하는 활동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할머니에 대한 비판과 인신공격과는 단호히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돼 당당하고 용기 있게 행동했기에 가능했다”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시고 17분의 할머니만 우리 곁에 남아 계신다. 너나 없이 위안부 진실의 산 증인들”이라고 했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온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 서두에서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 제가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고 밝혔다.

위안부 운동 역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증언에서부터 위안부 운동은 시작됐다.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의 벽을 깨뜨리고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고 외쳤고, 거리에서 법정에서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피해의 참상을 알리고 정의로운 해결을 호소했다”며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참혹한 성폭력 범죄가 세계에 알려졌고,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넘어 인류 보편의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논의가 발전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은 인간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로 성장해 온 운동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스스로 여성 인권운동가가 돼 세계 곳곳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과 손을 잡았다”며 “시민사회의 많은 활동가들이 연대했고 시민들도 다같이 힘을 보탰다. 어린 학생들까지도 수요집회에 참여했고 위안부 문제를 숨겨진 과거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년간 줄기차게 피해자와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은 결과 위안부 운동은 세계사적 인권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그러나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시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피해자 할머니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 자신이 낸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의 성의가 바르게 쓰이게 되고 기부 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