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흠집내려 내 아버지 이용…” 최서원 옥중 회고록

입력 2020-06-08 14:56 수정 2020-06-08 14:58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왼쪽)씨의 옥중 회고록(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에 진열돼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옥중 회고록에서 “내게 터무니없는 혐의를 덮어씌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씨는 지난 5일 출간된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에서 검찰의 조작과 주변인의 배신으로 인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자신은 ‘비선실세’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최씨는 애초 청와대 입성 준비를 돕고 끝내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을) 곁에서 가족처럼 수발해줄 사람이 필요했다”며 “그렇게 청와대에 들어가게 된 것이 필연적인 인연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직책을 가지고 정치를 한 적이 없다”면서 “차라리 공식적인 직책을 맡아 당당하게 일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삼성과의 관계’라는 단락에서는 자신이 딸 정유라씨를 혼자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만큼 바보가 아니라며 “시끄러워질 게 뻔한데 대기업에서 유라 하나만을 지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삼성이 최씨 측에 말 3필을 뇌물로 제공했고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뇌물을 주고받겠다는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최씨는 구치소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구치소, 남부구치소를 거쳐 현재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최씨는 특히 서울구치소에서의 6개월이 ‘지옥’ 같았다며 “밤늦게 그리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검찰 수사도 힘들었지만 외부에서 들려오는 비난과 비판, 심지어 머리핀에도 사람들의 날 선 비판이 꽂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를 이렇게 만든 이들이 증오스럽다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혐의를 덮어씌워 사람의 목을 조르는 일을 태연히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서울구치소로 수감됐던 때와 관련해서는 “내 생애 최악의 순간”이라며 “통곡에 통곡을 해도 사금이 메어오며 숨을 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 삶은 언제 떠나도 안타까울 것이 없지만 적어도 박 대통령이 석방되는 것이라도 보고 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라며 “어떤 이들에게는 그렇게 죽이고 싶도록 증오의 대상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라를 위해 자신의 한 몸을 바치신 분”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자신의 아버지인 최태민 목사가 가까운 사이였다는 소문도 해명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이미지에 흠을 내기 위해 나의 아버지를 이용한 것”이라며 “아버지가 심령술로 박 대통령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이야기부터 우리 조카 아이(장시호)가 아버지와 박 대통령 사이의 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가족들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도 해보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될 뿐이라며 극구 반대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 끝에 구속기소됐다. 직권남용,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그는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다시 상고했다. 이달 11일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