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이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 절차를 밟자 일본 우익 언론이 “일본 자산이 한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는 엉뚱한 주장을 꺼내고 있다. 배상 문제를 한국이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 신문 서울주재 객원 논설위원은 7일 ‘발전의 근원은 일본 자산’이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패전 후 일본인이 한반도를 떠날 때 남긴 거액의 재산이 미국을 거쳐 한국 측에 양도됐다”며 “경제발전의 기초가 된 돈”이라고 썼다.
이어 “일본이 남긴 자산총액이 당시 통화로 52억 달러였고 현재 가치로는 수천억달러가 될 것”이라며 “방대한 일본 자산을 생각한다면 최근 징용공 보상 문제처럼 이제 와서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한반도 식민 지배를 끝내고 떠날 당시 두고 간 재산에 관해 다룬 책 ‘귀속재산연구’를 근거로 들며 이같이 주장했다. 책을 쓴 사람은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로, 그는 이영훈·김낙년·이우연·주익종 등 책 ‘반일종족주의’ 주요 저자가 몸담은 낙성대연구소 창립자다.
구로다 논설위원은 “SK그룹 모체인 선경직물이 식민지 시절 일본인의 회사였다”며 “1945년 패전으로 일본인이 철수한 후 종업원이었던 한국인에게 매각돼 한국 기업이 됐다”고도 했다. 이 칼럼에는 일본의 지배 과정에서 일어난 수탈·착취·인권 침해 등의 실상은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일본이 남기거나 제공했다는 내용만 부각해 쓰였다.
앞서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를 부린 것이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런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징용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기업이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확정판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